코멘트
권영민

권영민

2 months ago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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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푸 1: 길의 노래

영화 ・ 1955

평균 4.0

2025년 12월 17일에 봄

행복은 지나가는 기차처럼 찰나의 순간, 고통은 여지없이 돌아와 마주해야하는 대부분의 현실. 대개 삶을 움직이는 동력은 간신히 견뎌내고 있는 일상과 그런 나날에 잠깐씩 주어지는 행복보다 결핍과 상실- 예고도 없이 닥쳐옴에도 그대로 받아내길 끊임없이 반복해야 하는 고통에서 얻는다. 삶은 행선지 없이 떠도는 유랑의 길이며, 잠깐씩 머물다 가는 곳들에 기억의 깃발을 꽂아가며 흐르는 여정. 거쳐가는 곳이 길 한복판이건, 포근한 안식처이건, 마침내 도착하는 곳은 모두 같다. 그렇다면 지금 이 길이 행복을 향하는 길인지, 고통을 떠나는 길인지는 무의미한 고민일 것이다. 우린 떠나는 것도, 향하는 것도 아닌 그저 나아가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길 위에 고통과 행복은 언제나 함께 하고 있다. . . 아푸는 고모할머니의 주검을 목격한 순간 어떤 생각을 했을까. 죽음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고모할머니와 누나를 떠나보내던 날이 아푸에겐 삶의 잔인함을 알게 되는 성장의 순간이기도 했다. 지키고 싶어서였을지, 잊고 싶어서였는지 알 수 없는 마음으로 목걸이는 강물에 내던졌지만 마음 속에선 누나를 영영 품고 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 . 괴롭고 견디기 힘들어 근근히 살아가는 일상의 고통, 가난한 삶 속에 때때로 서로 반목하기도 하는 시련, 그럼에도 어렴풋이 느껴지는 서로간의 애정, 찰나의 순간이어도 삶을 살아내게 하는 행복의 기억, 죽음에 이르러서야 절절히 깨닫는 슬픔과 후회, 한 가족과 마을의 일상만으로 써내려가는 장중한 인간기록의 서막. . . 감독의 저예산 데뷔작이라기엔 믿기지 않는 유려함이 느껴진다. 그 유려함이란 꾸며진 어떤 것이나 화려한 기술이 아닌, 아름답게 담아낸 자연경관과 20세기 초 인도 시골마을의 사실적인 일상, 프레임 안에서 살아숨쉬는 사람들의 현실과 와닿는 정서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것에서 비롯된다. 주인공은 아푸이고 일상적인 장면과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아푸의 시선과 그로 인한 아푸의 성장을 다루고 있는 영화이긴 하나 사건의 중심이 되는 다른 인물들의 비중 또한 굉장히 중요하다. 영화 속 대부분의 시간에서 일거리를 찾아다니느라 가정에 부재한 아버지와 어린 아들 아푸만이 남성 가족구성원의 전부이기에, 아푸 가족의 풍파는 오롯이 여성들(고모할머니-어머니-누나 두르가)의 몫이 된다. 3세대에 걸친 여성들의 같으면서 다른 삶의 방식과 태도, 그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인도- 나아가 동양 사회의 과도기적 풍경을 포착한다. 📽️ 데뷔작 📽️ 1956년 칸 영화제 - 경쟁 (특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