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zerkalo
1 year ago

캔터베리 이야기
평균 3.8
2023년 03월 24일에 봄
콜페퍼는 600년 전 과거의 캔터베리 성지 순례를 떠나던 사람들을 추억하며 아름다운 마을을 위해 스스로 "글루맨"이 되었다고 말한다. 비록 그의 방식은 바람직하다 말하기 어려워도, 앨리슨이 언덕에서 과거와 교감하는 명장면도 그렇고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을 지키려는 그의 생각에는 십분 공감된다. 영화에서 - 물론 현실에서도 - 그러한 것들을 파괴하는 것은 바로 전쟁이다. 영화는 폭격으로 폐허가 된 곳을 강조하기도 하고, 앨리슨과 밥도 전쟁으로 인한 상처를 갖고 있는 인물들로 묘사한다. (앨리슨은 약혼자가 전쟁 중 죽은 것으로 알고 있고, 밥은 연인에게 편지가 오래 오지 않자 자신을 떠났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영화는 만들어질 당시 진행 중이던 전쟁의 아픔을 드러내고 있지만, 결코 희망을 놓으려 하지 않는다. 기적을 믿는다는 콜페퍼의 대사를 비롯해, 기차에서 피터를 내리쬔 후광과 그가 성당에서 연주하는 오르간, 연인과 끝난 줄 알았던 앨리슨과 밥이 캔터베리에서 받게 되는 기쁜 소식 등, 캔터베리 성지 순례와 접목하여 영화가 주인공들에게 선사하는 기적 같은 감동적인 결말을 통해 그 의지를 내비친다. 찬송가와 함께 마무리되는 영화의 아름다운 마지막 장면에선, 그러한 희망으로 제2차 세계대전도 곧 끝나리라는 현실의 기적도 간절히 바랐을 진심이 가득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