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최근 양웹에서의 혹평과 달리, [새로운 진실들]에는 오리지널 [히맨] 팬들의 정서가 강하게 투영되어 있다. 히맨과 스켈레터에 대한 주조연들의 인식과 정서는 1983년작 애니메이션에 대한 인식과 놀라울 정도로 일치한다. 작품을 지배하는 정서는 배신감(틸라, 이블 린)과 상실감(오르코), 방황(덩컨), 부정(트라이클롭스) 같은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것들인데, 이는 [히맨] 시리즈가 작품의 막대한 문화적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연이은 쪽박으로 2000년대를 경계로 팬들에게 만족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끔은 틸라가 회상하는 것처럼, [히맨] 시리즈 자체가 이제 어색함과 기괴함이 웃음을 자아내는 밈으로 소비됨이 표현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이 결집하게 되는 것은 히맨이 들고 있는 힘의 검이 가져오는 마력, 즉 [히맨] 시리즈가 팬들에게 이전에 주었던 만족감이고, 이를 되살리는 것은 소서리스, 린, 비스트맨의 결연한 유대가 상징하고 있는, 오랜 팬들의 충성심이다. 그리고 여기서 의문스러운 지점은 두 가지이다. 1) 왜 아담/히맨과 스켈레터의 비중이 적으며, 2) 왜 틸라가 주인공이냐는 것이다. 이는 아마 [히맨] 시리즈 자체가 갖는 위치와 맞물리는 것으로 보인다. 즉, 이제 [히맨] 시리즈는 향수 혹은 밈의 영역에서 소비될 뿐, 이 시대에 사는 이들도 친숙한 '작품'으로 남지도 못했고 이젠 오히려 사뭇 다른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작품에서 시청자가 공감할 주요한 입장은 히맨을 과거의 양가적인 기억으로 정리해버린 틸라와 스켈레터를 적극적으로 부정하는 트라이클롭스의 대결 구도, 그리고 구세대 영웅들을 전설로만 알 거나 처음 만나는 안드라의 시선으로 구체화된다. 그러나 앞에서 말했듯, '히맨/스켈레터를 잊으려는 이들의 대결'은 소서리스와 린을 중심으로 한 '히맨/스켈레터를 되살리려는 이들의 협력'으로 점차 대체된다. (4화에서 묘사되는 틸라의 각성은 이 대체의 한복판에서 일어나기에, 묘하게 어색하다.) 무수한 팬서비스와 초호화 캐스팅보다도 바로 이 점이 이 작품의 아름다움이다. 그렇다면 결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여기서부턴 추측할 수밖에 없다. 원작의 클리셰를 빠르게 비틀어 팬들의 기대를 고조시키려는 수단이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더 나아가 [쉬라]의 제작과 흥행에서 팬들이 [히맨]을 혐오의 상징으로 사용했던 바를 다루기 위한 밑밥일 수도 있다. 근데 뭐가 됐든 간에, 원작의 팬이었던 사람으로서 나는 기대를 않고 보다 빠져들었다는 건 확실히 해둬야겠다. (그리고 사족인데, 이번에도 히맨과 스켈레터의 대립으로 시작했으면 아마 비중 분배는 [드래곤볼 슈퍼] 이상으로 망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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