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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도 없이] 는 얼핏 벙어리인 유아인을 얘기하는 듯 함정을 던지지만, 결국 이 작품의 주인공은 배초희다. 비명도 없고 울부짖음도 없이, 눈물 한방울 없이 태연하게 자신의 상황에 적응한다. 결국 배초희는 등장부터 엔딩까지 단 한번도 자신의 '토끼가면'을 벗은 적이 없는 것이다. 학교 문앞에서 빗자루질을 하고있는 수위아저씨에게 살려달라고 매달릴 수도 있었음에도 완벽하게 자신의 편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을때까지 유아인의 손을 잡고 심지어 살인도 눈감아 주며 본인을 차별하고 정신적으로 학대하는 부모들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배워온 예의범절과 친화력으로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계속한다. 이것에 대한 판단은 처음 할머니에게 매달렸을때 생겼을 것이다. 배초희가 진심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중간중간 들었지만 감독은 세심하게 그 생각을 부숴준다. 핸드폰을 노리고 기회가 되면 도망치며, 도망치자 마자 위협에 맞닥뜨리자(착각이었지만) 유아인을 다시 만났을때 가만히 눈치를 보다 다시 손을 맞잡아 온다. 그리고 자신의 말 한마디면 정리될 상황에서 경찰과 유아인의 싸움에서 '누가 이길지' 방관한다. 최종적으로 많은 이들이 바랬던 유아인과의 해피엔딩을 부수고 완벽한 자신의 편인 담임에게 유아인의 실체를 고발한다. 결국 남의 것을 탐하면 불구덩이에 떨어진다는 아저씨의 말처럼 그저 유괴된 아이일 뿐인 배초희와의 생활을 잠시나마 꿈꿔버린 유아인은 모든 것을 잃게된다. 그 과정을 배초희를 구하러 가기위해 '남의 것'인 정장을 걸쳐입는 것부터, 뜯어지고 망가져서 너덜해진 정장을 벗어 땅바닥에 버리는 장면으로 표현했다. 정장은 '남의 것'인 배초희에 대한 애정을 뜻한다. 마지막에 배초희의 부모님이 왔을때 뛰어오는 엄마를 보며 공손하게 허리숙여 인사한다. 배초희는 앞으로도 절대로 토끼가면을 벗지 않을것이며, 가면을 더 단단히 고쳐잡는 것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이 영화는 학대받고 차별받는 아이가 자신의 생존방식으로써 '가면'을 택한 것을 소름끼치게 그려낸 영화이다. . . . . . . . . . . . . . . . - p.s 우리 약주하신 시골 경장님 ... 슬프지만 웃음을 참을수 없는 장면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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