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upang2003

언더랜드
평균 4.2
로버트 맥팔레인은 15년 넘게 경관과 인간 마음의 관계에 대한 글을 써왔다고 한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의 얼음 덮인 정상에서 출발해 아래로 내려가는 궤도를 따라 지하공간까지 모두 탐험했다. 이 책은 지하 900미터 아래에 있는 암흑물질 실험실에서 시작해, 앞으로 10만 년 동안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보관하도록 설계된 깊은 저장고에서 마무리가 된다. 그 과정에서 이야기는 5,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영국의 서머싯 마을로 갔다가, 약 1만 2,000년 전의 이스라엘 북부 힐라존 강을 거치고, 약 2만 7,000년 전 오스트리아령 다뉴브강으로 이어진다. 지질학적인 탐험 과정과 고고학적인 과거의 역사를 두루 살피고, 현재의 다양한 관점이 포개지는 심원의 시간 여행은 그야말로 놀라웠다. 대단히 전문적인 정보들이 끊임없이 나오지만 전혀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고, 분명 실제 탐험을 통해서 경험한 여정을 그리고 있음에도 너무도 문학적이었기 때문이다. 줄기가 갈라진 오래된 물푸레나무 미로 아래를 따라가고, 물에 침식되어 벌어진 틈이 땅속 깊이 들어가며, 거기서 새로 갈라진 길이 마치 펼쳐진 옷감의 주름처럼 굴곡진다. 저자가 묘사하는 여정을 너무도 세밀하고, 아름답고, 그림처럼 눈앞에 묘사되어 있어서 책을 읽는 내내 나도 언더랜드를 탐험하는 듯한, 그 어둠 속을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고분, 광산, 숲, 도시, 빙하, 동굴 등지 등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언더랜드에 숨겨져 있는 비밀을 엿보는 재미도 대단했고 말이다. 보이지 않는 곳으로 떠나는 이 아름다운 여정을 경험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