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박진욱

박진욱

7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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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공장 소녀

영화 ・ 1990

평균 3.7

아름다운 그녀의 차가운 무표정. - 마지막 20분은 그 자체로 자유의 의지이자 아름다움의 표출이다. 영화는 첫 시작부터 성냥 공장에서 성냥이 제조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로써 성냥 하나에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컨베이어 벨트 속 사회적 시스템의 수많은 착취와 폭력을 비유적으로 드러낸다. 주인공 이리스(카티 오우티넨)는 당시 여성상과 프롤레타리아 계급을 상징한다.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그때까지 남아 있던 여성 노동자들이 남성 노동자들에 의해 쫓겨났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왜 하필 성냥 공장을 영화의 배경으로 설정 했는가에 대한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의도를 손쉽게 유추해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영화 속 인물들의 표정이나 대사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크게 두 가지 효과를 노린 것으로 생각된다. 첫 번째는 당시 여성에 관한 차별과 폭력을 무미건조하게 있는 그대로 보여줄 것, 두 번째는 마지막 주인공 이리스의 복수극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영화 중반까지 이리스는 지나칠 정도로 수동적인 여성이다. 소녀 가장으로서 홀로 부모님을 부양하고 밤이 되면 남성들의 선택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그러다가 자신이 번 월급에서 새 옷을 샀다는 이유로 부모로부터 뺨을 맞고, 자신을 임신시킨 남자로부터는 버림을 받는다. (폭력의 첫 시작이 가정으로부터 행해졌다는 것 역시 흥미롭다) 이후 영화의 마지막 20분이 되면 이야기는 활기를 띄기 시작한다. 이건 이리스 개인의 복수라기보다 남성 권력에 관한 저항이자 사회적 시스템의 반기로 보여진다. 따라서 여타 영화 속 복수보다 인물의 감정을 쉽게 이해하고 응원하게 되며 나중에는 아름답다고 여겨지기까지 한다. 거침없는 적극적 행동으로 점점 능동적 인물로 변모하는 이리스가 결국 형사들에 의해 체포됨에도 불구하고 마냥 슬프거나 비극적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건 단지 그녀의 복수극이 성공해서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