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드

고독의 오후
평균 3.8
페루 출신 최정상급 투우사 중 하나인 안드레스 로카 레이의 이야기를 다룬 이 다큐멘터리는, 감독 알베르 세라라는 이름답게 정말 지독하고 아찔해 잊지 못할 것 같은 인상을 또 한번 남긴 강렬한 작품입니다. 알베르 세라의 작품이 원래 대상을 가감없이 전부 보여줘야 한다는 게 핵심 중 하나인지라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보러 들어갔다만, 이렇게 영화의 한 9할 이상이 투우하는 장면을, 그것도 인물은 주로 바스트 샷으로 찍고 황소는 주로 클로즈업으로 찍어 양쪽의 표정과 몸짓과 피가 쏟아지며 처절하게 싸우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거라곤 생각하진 못했습니다. 지금까지의 알베르 세라 영화에서 모든 걸 가감없이 보여주는 건 대체적으로 움직이나 싶을 정도의 정적인 화면이였다면 이번 작품은 가장 역동적이고 육체적인 에너지가 넘쳐 흐른다는 점에서 같은 방식을 정반대의 이미지로 풀어가는 흥미로운 측면이 있습니다. 근데 이 작품으로 알베르 세라가 새로운 길을 갔다고 말하는 것보단 원래 하던 걸 하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감독으로 더 움직여서 앞으로의 작품은 과연 어떤 곳을 찌를까 기대되기도 합니다. - 이 작품이 가장 흥미로운 건 모든 걸 다 보여주는 것 같지만 사실은 모든 걸 보여주지 않고 영화가 할 수 있는 영역까지만 선을 명확히 긋고 그 안에서만 상세히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이를 넘어가거나 이외의 것은 모두 관객에게 맡기겠다는 듯 진행합니다. 특히 이 작품은 보고 있으면 기본적으로 연민과 슬픔이 가득해 지는데, 반대로 한 순간 딴 생각을 하다 보면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순간과 사투의 연속에 박진감이 넘치면서 탐미적인 카메라에 멋까지 느껴지는 양쪽의 다른 감상이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동시에 들면서 그 선택을 관객의 손에 쥐어 줍니다. 이렇게까지 가까이서 투우를 본 적도, 풀타임으로 본 적도 없어서 제겐 적잖은 충격이 그대로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빨간 천을 들고 있으면 달려가는 황소만 생각나지 그 앞뒤로 수많은 사람들의 준비와 작살과 말을 포함한 대회의 진행 과정, 황소가 쓰러졌을 때 그를 어떻게 처리하는 방법 등을 경악스러울 정도로 가리지 않고 보여준다는 게 충격적입니다. 투우 장면이 좀 반복되길래 딴 생각을 잠깐 하는 순간 하필 영화에서 사고가 터져가지고 그 다음부턴 내내 몰입해 봤는데, 그만큼 이 영화가 아슬아슬하면서 어떤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순간의 공포감으로 극이 진행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그러면서 준비와 끝에서 한 개인의 삶을 다룬 이야기까지 보면 정말 딱 투우가 끝나고 나서도 투우사의 투우 장면만을 담았구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