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ayDay

크래쉬: 디렉터스컷
평균 3.2
2025년 04월 08일에 봄
"차가운 금속끼리 부딪혀 만든 뜨거운 금기의 마찰” 이해하려 애쓰던 머리를 비로소 멈추고 보이는 이미지의 흐름에 따라 그저 온몸을 맡기고 바라보니 그제야 자세가 고쳐지면서 영화 속의 분위기와 색감, 그리고 모든 소리를 비롯해 음악까지 온전히 재미와 함께 느낄 수 있었다. 교통사고를 통해 생긴 상처나 또는 그 결과 등에 성적인 흥분을 느끼는, ‘이상성욕’이라 부르면 불릴 수 있는 그러한 쾌락에 젖은 인물들의 폭주가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 주요 인물 중 한 명인 ‘본’은 정말로 자동차와 관련된 부분에서 성욕을 느끼는 인물 같지만 주인공인 ‘제임스’는 상처나 NTR을 즐기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아무튼 영화는 가끔 다양한 인간의 모습들을 어떻게 투영시켜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연구와 실험적인 모습을 찍기도 하며, 때로는 우리의 껍질을 벗겼을 때 나타나는 ‘본능’과 ‘욕구’라는 것에 실체를 두어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한다. 내가 바라봤을 때의 <크러쉬>는 이 두 가지 형태를 묶어 ‘크로넨버그’ 감독님이 ‘인간의 성적 욕구와 본능’의 형태를 어떻게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지 또 그것을 어느 한계까지 몰아붙일 수 있는지 보여주고자 했던 부분도 있지 않을까 하며 감히 추측해 본다. 흔히 인간이 생각하는 ‘보통의 형태’라는 말을 떠올릴 수 있는 욕구는 존재하지 않으며 그것은 기준도 따로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가 쾌락을 원하고 추구하는 부분에서는 상대에게 가학적일 수도 있고 스스로에게 자학적일 수도 있으며 이러한 형태는 낯설지만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생각과 함께 마무리를 짓게 만든다. 꼭 그러한 성적인 욕구까지 치솟지는 않더라도 갈라진 입술에서 껍질을 떼어낼 때 피가 날 것임을 알면서도 무작정 이빨로 계속해서 물어뜯고 또 그렇게 되었을 적의 올라오는 쾌감 역시 나 스스로에게 상처를 주면서 얻는 쾌감이기 때문이다. ‘설득’이라는 단어와 어울림직한 영화이지만 감독님이 보여주는 본능과 쏟아지는 도파민의 맛을 즐기면서 보는 것도 좋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