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별,

별,

8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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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리에 관한 모든 것

영화 ・ 2013

평균 2.9

2017년 09월 24일에 봄

그림에서 영상으로, 다시 영상에서 그림으로. . '마크 스트랜드'의 <빈방의 빛 : 시인이 말하는 호퍼>를 읽고 이어서 보다. . 내게 호퍼의 그림은 어디론가 떠나왔으나 갈 곳을 잃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있는 여정의 한 순간으로 여겨진다. 나아가야 할 곳은 알 수 없는 어둠일 수도, 빛일 수도 있으나, 요즘 들어 드는 생각은 어쩌면 살아가는 매 순간이 다 이런 어쩡쩡한 여정의 한순간이지 않을까 하는, 그저 길고 긴 여정 속에서 피곤한 한몸 쉬어갈 수 밖에 없는, 나른하고 무기력한 순간의 안식이다. . 상기한 <빈방의 빛>에서 작가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에 대해 일반적으로 말해지는 "현대 미국의 단절되고 소외되어지는 군상"이라는 해석을 뒤로 하고, 그의 그림 30편을 보여지는 자체의 기하학적인 요소를 가지고 이야기한다. 예컨대 그의 그림에 대한 보여지는 구조만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그만의 어떤 가상공간에 대한 감각이 이끌어내는 이면의 이야기까지 다루게 되는데, 이 영화에서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 '에드워드 호퍼'의 13가지 작품을 모티브로 각 그림에 각각의 시퀀스를 재연해놓은 이 작품은 13개의 연작 옴니버스로 그림 속 여자의 상상할 수 있는 인생을 각 그림의 제작 연도에 따라 묵묵히 따라간다. 동적인 연기가 어느새 정적인 호퍼의 그림과 딱 맞아 떨어질 때의 탄성은 시퀀스가 이어질수록 강도가 옅어지지만, '셜리'라는 한 여성의 인생 여정이 라디오로 흘러나오는 시대별 역사와 한 남자와의 사랑으로 합쳐지는 빈 방의 빛은 내게 "그럼에도 되돌아보면 이런 것이 곧 인생이더군요." 하고 묵묵히 달래주는 듯 하다. . 영원히 멈춰있을 듯 했던 빈 방의 빛도, 기차간의 빛도 어느 순간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녀가 보던 창 밖의 빛은 아마도 어디론가 또 나아가야 되는 꿈의 그것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