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FisherKino

FisherKino

8 years ago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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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악마가

영화 ・ 1977

평균 3.7

● 로베르 브레송의 후기작이 비극으로 치닫는 이유를 68이후 무력ㆍ상실ㆍ패배주의 등 사회적 배경에서 찾는 의견이 다수 있다. 확실히 단호하고 타협없는 염세적 비관론에 사로잡힌 청년 샤를르의 6개월의 행적은 뚜렷한 이야기의 인과를 무시하며 병렬적인 에피소드로 진행된다. 자꾸 끌리는 것은 그들의 논쟁이 아닌 여자아이의 눈물, 오픈카에 얹혀 탄 소녀와 일당들의 휘날리는 머리카락, 찰랑이는 물잔, 상대의 눈을 바로 보지 못하고 고개를 떨군 표정. 이런 편린들이 보는 나로 하여금 내 개인의 추억을 계속 소환시켰다. ● (고백)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비극과는 별개로 내 개인의 추억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슈퍼8, TRV900같은 물건을 들고 어쭙잖은 시나리오로 10여명의 동료 스텝과 한남동의 거리, 철거촌, 지하철 역사, 함박눈이 소복히 쌓인 야산의 중턱 등지를 배회하듯 몰려다니며 촬영하고 웃고 슬퍼하던 시절이 아른거렸다. 수줍게 영화와 우리자신, 우리를 둘러싼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던 그 지난 시간들이 너무나 그립고 처연했다. ● 브레송의 모든 작품을 (사랑하는 이들과 혹은) 홀로 다시 보고 미천하나마 무언가를 만들고 이야기하고 싶다. 201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