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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1961년 10월 17일, 세느강에는 200여 구의 알제리인의 학살당한 시체가 내던져져짐. 알제리인에게만 가해진 통금령을 풀어달라고 거리로 뛰쳐나온 알제리인들은 그 길로 진압당함. 시체는 생 미셸 다리 옆에 차곡차곡 쌓였고, 일부는 하구에 둥둥 떠올랐다고. 이 사건은 프랑스 정부, 지식인, 시민의 무관심 속에 은폐됨. 90년대 들어서야 사건은 재조명되었고 생 미셸 다리 옆에 추모비가 세워짐. 그러나 학살의 책임은 누구에게도 돌아가지 않은 채 묻힘. 프랑스의 감추고 싶은 추악한 역사. 1. 이 이야기를 알면 영화를 더 흥미롭게 볼 수 있음. 보다 고통스럽게 볼 수 있다는 말. 그러나 이런 영화가 으레 그렇듯 섣부른 폭로전을 차용하진 않음. 천천히 보여줌. 무엇이 나(알제리)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영화에선 딱 한 번만 언급됨. 마지드의 아버지가 세느강에서 죽었다고. 덕분에 마지드는 알량한 책임감을 느낀 조르쥬의 아버지에게 입양되기 직전에 이르지만, "방을 공유하는 게 싫었던" "겨우 6살"인 조르쥬의 거짓말 때문에 고아원으로 내쫒김. 그 이후 마지드의 삶은 그야말로 소진된 배우의 얼굴로 요약됨. 세월은 흘러 마지드와 조르쥬 모두 자신의 DNA를 세상에 남김. 마지막씬, 둘의 아들이 나누는 대화는 들리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냄. 싸우는걸까. 화해하는걸까. 요즘 돌아가는 꼴을 보면 후자일 가능성은 적어보임. 이 영화 제목 "히든"이 뜻하는 바는 프랑스(유럽)의 감춰진 역사 혹은 가해자의 내면 깊숙이 감춰진 죄책감으로 읽힐 수 있을 것. 이 마음은 매립된지 하도 오래돼 많은 것이 썩었을 것. 형체도 없을 것. 조르쥬의 마지막 말로 미루어봐 확실함. 그래도 바라건대, 저 마음이 썩지 않고 어딘가에서 빛을 발하고 있기를. 스크린 너머에서 두 아들의 대화가 끊이지 않기를. 2. 계속 지단이 생각나는건 왜일까... 우라사와 나오키 풍의 스릴러에 즐거운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좋아할듯. 아니라면 스릴러 맞냐며 고개를 갸우뚱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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