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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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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months ago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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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터넷 친구

책 ・ 2025

평균 3.3

p. 92 공룡처럼 죽고 싶어 / 왜 / 뼈가 남고 자세가 남고 / 내가 연구되고 싶어 몸 안의 물이 마르고 / 풀도 세포도 가뭄인 형태로 / 내가 잠을 자거나 울고 있던 모습을 / 누군가 오래 바라볼 연구실 사람도 유령도 먼 미래도 아니고 / 실패한 유전처럼 / 석유의 원료가 된대 / 흩어진 눈빛만 가졌대 구멍 난 얼굴뼈에서 / 슬픔의 가설을 세워 준 사람 / 가장 유력한 슬픔은 / 불 꺼진 연구실에서 흘러나왔지 엎드린 마음이란 / 혼자를 깊이 묻는 일 오래 봐 줄 것이 필요해 / 외계인이거나 / 우리거나 눈을 맞추지 뼈의 일들 / 원과 직선의 미로 속으로 / 연구원이 잠에 빠진다 이게 우리의 이야기 강이 비추는 어둠 속에서 / 신발 끈을 묶고 / 발밑을 살펴 걷는 동안의 (야간산행) p. 22 눈부시고 무서웠지. 오래된 영상을 틀었다. / 분명 긴 여름의 초록으로 자라 있는데 / 여기 자물쇠는 붉게 녹이 슬고 빗소리 속에서 우리가 교차하며 인사를 한다. / 난간에 걸터앉아 카메라를 만지는 두 사람이 있지. / 카메라로 서로를 담을 땐, 카메라 안에 카메라 안에 카메라…… 우리는 서로의 컷이 되었다. 슬프고 귀여운 장르라고 이름을 붙여 보고 싶었따. 사람들이 사라져도 이것이 남는다면 나는 긴 시간 동안 춤에 대해 생각하고, 하이볼에 대해 생각하고, 폿콩 맛을 생각하며 빗소리를 들을 수 있다. 시린 비가 오는 도시의 거리를 걸었던 일. 다리의 멍을 만지며 걸을 때 나도 여기에서 여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조용히 횡단보도만 들여다보았다. 그 애와 나는 그날의 전부였다. 관광객처럼 쓸쓸해진다. 그건 서울의 거리를 걸어도 그렇다. 공예품 가게에서 반짝이는 유리나비를 찍을 수 있다. 유리나비를 만지는 우리도 찍을 수 있다. 눈으로 다른 세계를 열어 보려고 하면서 유리나비 건너편에 있는 다양한 눈을 보는 것이다. / 다각도로 쪼개지는 눈동자란 카메라 필름이 다 됐다. 내일 또 갈자. 곰방와. 하면서 꾸벅 인사를 하고 그것은 마지막 장면이 되었다. 기분 좋은 결말 같아서 여러 번 돌려 보았다. / 테이블에 둘러앉아서 영상을 보고 다시 돌려 보는데 / 그 애는 잠만 잔다. 그런 거 모르지 / 친구야, 나는 너에게 들어가고 싶었다. (비디오 상영회) p. 27 불행은 안에서 밖으로 달아나는 순간일까 / 밖에서 안으로 파고드는 것일까 (희수의 낮) p. 40 네가 있는 화면을 꾹 눌러 본다. 네 화면으로 내가 조금 나왔을까. 우리가 손을 잡는다고 해서 그것이 미래가 되진 않지, 응 알지. 복도를 걷는 동안 네가 나의 가설이라 슬퍼지고 전시실 건너편에서 너를 보면 여긴 멸종 위기의 사이버, 마지막 통신이라고 믿게 된다. (안드로이드 기술관) p. 55 식물원이나 숲엔 유령이 많을 것이다. 유령을 유리병에 모아 흔들면 예쁜 소리가 난다. 종소리나 모닥불을 만지는 것처럼. 유령 하나가 버섯 사이에 누워 낮잠 자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것의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렸다. 하지만 유령을 볼 줄 아는 이가 아무도 없다. 그것 참 슬프군. 정수리 위로 참나무 그늘 주말 아침이 너무 차가웠다. (초라한 감각) p. 68 (:̲̅:̲̅:̲̅[̲̅:♡:]̲̅:̲̅:̲̅:̲̅) 이것을 나누어 줄 것입니다 / 사랑해-라고 말할 수 있는 코드를 만들었으니까요 차가운 손으로 연필을 깎습니다 / 기억에는 방향이 많아서 적막은 쉽게 옵니다 선생님은 나를 가르칠 때 사랑은 셀 수 없는 명사라고 했습니다 나는 머리가 나빴으니까 그런 말은 믿지 않고 수업 내내 핸드폰만 만지작거립니다 사랑은 셀 수 없다고 가르치셨는데요 선생님, 제가 가진 사랑의 분량은 티가 나고 있어요 수업이 끝나면 거리를 걸어야 합니다 / 사람들의 머리 위로 하트가 떠다닙니다 짧은 정원을 지나칩니다 / 인터넷에서만 본 나무가 친구네 뒤뜰에 있습니다 그것에 다가가 매달려 보았습니다 / 아무것도 되지 못합니다 지루하고 쓸쓸한 것에 대해 말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 진열된 마음을 들여다보세요 / 은은한 조개껍데기나 도자기의 검은 구멍처럼 작은 기계라는 것은 마음을 읽어 냅니다 / 나를 서류처럼 쌓아 올리면서요 / 로봇 물고기는 호수 대신 바닥을 헤집고 수영을 하면서 / 입속의 구조를 열어 줍니다 / 나는 열려요 즐겨찾기, 하고 생각하면 / 문고리가 돌아가고 철컥 여닫는 소리가 납니다 / 아이스크림 가게나 과학실에 닿게 합니다 여러 개의 눈을 보고 있어요 / 알고리즘은 복잡하고 힘이 셉니다 어떤 정원이나 인터넷은 길을 잃기 쉽지만 / 배롱나무 이파리처럼 내려앉는 사랑이란 단어는 / 셀 수 있어요 / 거기에 누군가 있습니다 / 나는 그냥 믿고 있는 것입니다 (나의 인터넷 친구) p. 113 여름이 와도 녹지 않는 / 내 희망에는 계속 눈이 내려 / 꼬리를 물고 불어나는 상상력처럼 / 있잖아, 아름다운 차원을 짓기 위해 썩지 않는 뼈처럼 / 내게는 견고한 객실이 있단다 / 온종일 문을 닫지 않아서 가끔 / 미래 같은 게 와 (리조트) p. 144 나에게 작은 외계인이 있다 아카시아 꽃잎 / 가시가 빛난다 여기는 숲이에요 / 미래이기도 해요 꿀로 만든 약 한 숟갈 / 말도 안 되는 눈빛으로 / 내가 크네 안녕? 안녕? 안녕? 이제 내 차례의 폭탄을 끌어안을게 / 그럼 이렇게 터진다 / 포옹! 하면서, 쏟아져 내린 잔해 좀 봐 / 너에 대한 은유들이란 말이야 하트를 눌러요 / 마음을 나눠요 매일 밤 달을 찾는 중 편지를 썼어 / 너는 모르도록 버섯 아래서 낮잠을 자면 / 작은 하품이 나와 / 기쁨이 / 무르익도록 연못에서 자라는 달팽이 / 어지러운 웃음이 났어 무지개가 보고 싶어 스르륵 / 하고 나타나는 빛을 줘 보라색 알에 갇힌 / 아기 외계인이 / 자주 말을 걸어왔다 치즈, 치즈, 치즈 / 이건 잊지 말란 뜻이야 (러브러브 다마고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