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마음의 문 13
박사의 사랑 15
이면들 17
겨울의 자그마한 불구경 18
비디오 상영회 22
소녀밴드 24
희수의 낮 26
생활 사전 29
성경의 고백 32
화창한 방식의 싱크홀 34
아주 작은 기복을 가진 36
네덜란드 수업 38
안드로이드 기술관 40
얇은 유리로 덮어 둔 편지 42
수영장에서 45
위태로운 낭독회 48
너에게 1이 있을 때 나에겐 0이 있었고 50
[경기 기록] 51
2부
초라한 감각 55
사랑도 없이 특급호텔 56
도시 차양 60
돌과 해부학 65
나의 인터넷 친구 68
요가 강습 71
무명 화가와 무제의 플래시 74
끝 여름의 보물찾기 79
섬망 해체 82
물에 대한 삽화 86
공통적 개인사 87
여름 안의 동양 88
야간산행 92
3부
일요일에 샐러드 먹기 97
도시적 상상력 98
명상실 창문으로 구름이 지나간다 100
해피데이 101
라이프 스타일 102
라스트 타워 104
개인학습 106
나쁜 실험 110
리조트 112
가상의 비 115
4부
실재의 거실 121
웨딩밴드는 새로운 앨범으로 돌아올 것이다 122
친애하는 블로거에게 125
탱자가 닿는 자리 128
진화론 130
미드나잇 볼케이노 132
귀여운 물리의 목격 136
핑크타운 138
진화론 140
영원히 식물원 언제까지나 동물원 142
러브러브 다마고치 144
작품 해설–선우은실(문학평론가) 147
나의 인터넷 친구
여한솔 · 시
17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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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여한솔의 첫 시집 『나의 인터넷 친구』가 민음의 시 331번으로 출간되었다. “상투를 벗어난 새로운 발상과 시적 호기심을 끌고 나가는 감각이 신선”하다는 등단 당시의 평가는 이 시집에서 한층 완성도를 갖추고 구체적으로 펼쳐진다. 『나의 인터넷 친구』는 신문물의 상징이었던 인터넷을 유년기의 향수로 기억하는 세대의 목소리를 담았다. SNS도, AI도 없이 검색 엔진이 전부이던 시절의 인터넷은 타인과 실시간으로 닿아 있는 느낌보다는 광활한 사이버 공간에 홀로 남은 듯한 외로운 자유를 선사하는 곳이었다. 윈도우를 통해 사이버 세상에 접속하듯이, 여한솔의 화자는 유리·카메라 렌즈·창문과 같은 투명한 막 너머에서 낯선 대상을 마주하고 그에게 사로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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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 소개
“친구야, 나는 너에게 들어가고 싶었다.”
윈도우를 사이에 둔 너와 나의 무한한 되비침
비처럼 쏟아지는 마음의 코드들
2021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여한솔의 첫 시집 『나의 인터넷 친구』가 민음의 시 331번으로 출간되었다. “상투를 벗어난 새로운 발상과 시적 호기심을 끌고 나가는 감각이 신선”하다는 등단 당시의 평가는 이 시집에서 한층 완성도를 갖추고 구체적으로 펼쳐진다. 『나의 인터넷 친구』는 신문물의 상징이었던 인터넷을 유년기의 향수로 기억하는 세대의 목소리를 담았다. SNS도, AI도 없이 검색 엔진이 전부이던 시절의 인터넷은 타인과 실시간으로 닿아 있는 느낌보다는 광활한 사이버 공간에 홀로 남은 듯한 외로운 자유를 선사하는 곳이었다. 윈도우를 통해 사이버 세상에 접속하듯이, 여한솔의 화자는 유리·카메라 렌즈·창문과 같은 투명한 막 너머에서 낯선 대상을 마주하고 그에게 사로잡힌다.
‘나’의 마음은 낯선 ‘너’를 탐구하고 싶은 욕망으로, 또 그만큼 ‘너’에게 탐구당하고 싶은 로망으로 가득하다. ‘너에게 들어가고 싶다’는 이상한 고백은 사실 네가 되어 나를 사랑하고 싶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사랑해’ 코드를 통해 여한솔의 세계 안으로 초대된 독자는 다마고치의 주인이 되기도 하고 실험실의 표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자리바꿈은 관찰당하는 동시에 관찰하는 존재가 되는 경험이자, 투명한 경계의 안과 밖에 동시에 존재해 보는 경험이다. 코드화가 끝나고 『나의 인터넷 친구』 패치가 장착되면, 우리는 견고한 자아의 벽을 허물고 서로에게 침투 가능한 상태로 변할 것이다. 사랑이란 경계를 허무는 일이므로.
■ 네가 되려는 마음
카메라로 서로를 담을 땐, 카메라 안에 카메라 안에 카메라…… 우리는 서로의 컷이 되었다.
(……)
그런 거 모르지
친구야, 나는 너에게 들어가고 싶었다
― 「비디오 상영회」
인간은 불투명하다. 불투명하기에 속을 알 수 없고, 그렇게 창출된 내면은 인간의 고유함이 되었다. 그러나 여한솔 시의 화자들은 마치 파인애플 속을 파내듯이 상대의 내면을 샅샅이 파악하려 한다. 카메라나 망원경 등의 렌즈를 경유하여 쏟아지는 관찰의 시선은 ‘너’의 마음을 모두가 확인할 수 있는 표본으로 만든다. 이때의 시선은 주체 고유의 권력과는 다르다. 내면의 물질화는 ‘너’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나’를 찍는 ‘너’를 찍는 ‘나’의 모습을 상영하는 것. 나아가 마음을 표본으로 만들어 연구하는 것. 스스로 다마고치가 되는 것. 이는 대상을 향한 궁금증에 더해, 그의 시선으로 보는 ‘나’는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궁금증 또한 포함하는 것이다. 이제 마음을 물질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선명해진다. 네가 되어 나를 보고 싶지만 그럴 수 없기에, 너의 마음과 나의 마음은 모두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한다. 네가 되려는 마음은 그러므로 나의 것만은 아니다. 너 또한 나에게 ‘네가 되려는 마음’을 품었으면 하는 것, 이것이 여한솔의 시가 보여주는 마음의 역동이다.
■ 셀 수 있는 마음
이것을 나누어 줄 것입니다
사랑해–라고 말할 수 있는 코드를 만들었으니까요
(……)
어떤 정원이나 인터넷은 길을 잃기 쉽지만
배롱나무 이파리처럼 내려앉는 사랑이란 단어는 셀 수 있어요
거기에 누군가 있습니다
나는 그냥 믿고 있는 것입니다
― 「나의 인터넷 친구」
‘사랑해’라는 코드는 원한다면 누구에게나 보낼 수 있다. 그러나 누가 이 마음을 수신했는지 발신자는 알 길이 없다. 그래서 다만 믿는다. 사랑이란 단어가 내려앉는 곳에 누군가가 있어서, 내가 보낸 마음이 유실되지 않았을 거라고. 여한솔이 보내는 마음의 코드는 초대장과 같아서 실시간 응답과는 거리가 멀다. 즐겨찾기를 통한 다른 사이트로의 이동에도 ‘철컥’ 하고 문고리 여닫는 소리가 들리는 여한솔의 인터넷 세상은, 이진법으로 이루어진 사이버 세계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아날로그 감성을 보여준다. 셀 수 없는 명사인 사랑이 하트의 개수로 치환되는 세상이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하트의 개수가 아니라 그 마음이 온전히 전달되는 일이다. 『나의 인터넷 친구』가 주는 아날로그함은 이러한 시차에서 비롯한다. 길을 잃기도 하고, 마음을 전한 뒤 오랜 기다림을 견디기도 하는 장소로서의 인터넷은 MZ 세대의 노스텔지어를 자극할 것이다. 인스타그램 하트 백 개보다 싸이월드 일촌 한 명의 방명록을 더 소중하게 기억하는 이라면 더더욱.
■ 작품 해설
자연이 이미 거기에 있듯 우리의 사랑도 어디에나 있고 누구나 그것을 곁에 두고 있다는 사실의 새삼스러운 환기는, 우리가 그와 같은 방식으로 사랑하고 사랑당하는 존재로 있음을 ‘그냥 믿는 것’으로 확인된다. 우리가 자신을 남과 같이 사랑하고, 남을 자신과 같이 사랑한다는 것은 이런 것은 아닐까. 진열된 것의 마음을 읽기, 그것의 사랑-당함 가까이에 가는 식으로.
─선우은실(문학평론가)



미로
카메라로 서로를 담을 땐, 카메라 안에 카메라 안에 카메라······ 우리는 서로의 컷이 되었다. 슬프고 귀여운 장르라고 이름을 붙여 보고 싶었다. ••• 다리의 멍을 만지며 걸을 때 나도 여기에서 여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조용히 횡단보도만 들여다보았다. 그애와 나는 그날의 전부였다. / 비디오 상영회
재훈쿤
3.0
이건 너무 사랑 같다 그치?
a-ori
2.5
p. 92 공룡처럼 죽고 싶어 / 왜 / 뼈가 남고 자세가 남고 / 내가 연구되고 싶어 몸 안의 물이 마르고 / 풀도 세포도 가뭄인 형태로 / 내가 잠을 자거나 울고 있던 모습을 / 누군가 오래 바라볼 연구실 사람도 유령도 먼 미래도 아니고 / 실패한 유전처럼 / 석유의 원료가 된대 / 흩어진 눈빛만 가졌대 구멍 난 얼굴뼈에서 / 슬픔의 가설을 세워 준 사람 / 가장 유력한 슬픔은 / 불 꺼진 연구실에서 흘러나왔지 엎드린 마음이란 / 혼자를 깊이 묻는 일 오래 봐 줄 것이 필요해 / 외계인이거나 / 우리거나 눈을 맞추지 뼈의 일들 / 원과 직선의 미로 속으로 / 연구원이 잠에 빠진다 이게 우리의 이야기 강이 비추는 어둠 속에서 / 신발 끈을 묶고 / 발밑을 살펴 걷는 동안의 (야간산행) p. 22 눈부시고 무서웠지. 오래된 영상을 틀었다. / 분명 긴 여름의 초록으로 자라 있는데 / 여기 자물쇠는 붉게 녹이 슬고 빗소리 속에서 우리가 교차하며 인사를 한다. / 난간에 걸터앉아 카메라를 만지는 두 사람이 있지. / 카메라로 서로를 담을 땐, 카메라 안에 카메라 안에 카메라…… 우리는 서로의 컷이 되었다. 슬프고 귀여운 장르라고 이름을 붙여 보고 싶었따. 사람들이 사라져도 이것이 남는다면 나는 긴 시간 동안 춤에 대해 생각하고, 하이볼에 대해 생각하고, 폿콩 맛을 생각하며 빗소리를 들을 수 있다. 시린 비가 오는 도시의 거리를 걸었던 일. 다리의 멍을 만지며 걸을 때 나도 여기에서 여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조용히 횡단보도만 들여다보았다. 그 애와 나는 그날의 전부였다. 관광객처럼 쓸쓸해진다. 그건 서울의 거리를 걸어도 그렇다. 공예품 가게에서 반짝이는 유리나비를 찍을 수 있다. 유리나비를 만지는 우리도 찍을 수 있다. 눈으로 다른 세계를 열어 보려고 하면서 유리나비 건너편에 있는 다양한 눈을 보는 것이다. / 다각도로 쪼개지는 눈동자란 카메라 필름이 다 됐다. 내일 또 갈자. 곰방와. 하면서 꾸벅 인사를 하고 그것은 마지막 장면이 되었다. 기분 좋은 결말 같아서 여러 번 돌려 보았다. / 테이블에 둘러앉아서 영상을 보고 다시 돌려 보는데 / 그 애는 잠만 잔다. 그런 거 모르지 / 친구야, 나는 너에게 들어가고 싶었다. (비디오 상영회) p. 27 불행은 안에서 밖으로 달아나는 순간일까 / 밖에서 안으로 파고드는 것일까 (희수의 낮) p. 40 네가 있는 화면을 꾹 눌러 본다. 네 화면으로 내가 조금 나왔을까. 우리가 손을 잡는다고 해서 그것이 미래가 되진 않지, 응 알지. 복도를 걷는 동안 네가 나의 가설이라 슬퍼지고 전시실 건너편에서 너를 보면 여긴 멸종 위기의 사이버, 마지막 통신이라고 믿게 된다. (안드로이드 기술관) p. 55 식물원이나 숲엔 유령이 많을 것이다. 유령을 유리병에 모아 흔들면 예쁜 소리가 난다. 종소리나 모닥불을 만지는 것처럼. 유령 하나가 버섯 사이에 누워 낮잠 자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것의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렸다. 하지만 유령을 볼 줄 아는 이가 아무도 없다. 그것 참 슬프군. 정수리 위로 참나무 그늘 주말 아침이 너무 차가웠다. (초라한 감각) p. 68 (:̲̅:̲̅:̲̅[̲̅:♡:]̲̅:̲̅:̲̅:̲̅) 이것을 나누어 줄 것입니다 / 사랑해-라고 말할 수 있는 코드를 만들었으니까요 차가운 손으로 연필을 깎습니다 / 기억에는 방향이 많아서 적막은 쉽게 옵니다 선생님은 나를 가르칠 때 사랑은 셀 수 없는 명사라고 했습니다 나는 머리가 나빴으니까 그런 말은 믿지 않고 수업 내내 핸드폰만 만지작거립니다 사랑은 셀 수 없다고 가르치셨는데요 선생님, 제가 가진 사랑의 분량은 티가 나고 있어요 수업이 끝나면 거리를 걸어야 합니다 / 사람들의 머리 위로 하트가 떠다닙니다 짧은 정원을 지나칩니다 / 인터넷에서만 본 나무가 친구네 뒤뜰에 있습니다 그것에 다가가 매달려 보았습니다 / 아무것도 되지 못합니다 지루하고 쓸쓸한 것에 대해 말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 진열된 마음을 들여다보세요 / 은은한 조개껍데기나 도자기의 검은 구멍처럼 작은 기계라는 것은 마음을 읽어 냅니다 / 나를 서류처럼 쌓아 올리면서요 / 로봇 물고기는 호수 대신 바닥을 헤집고 수영을 하면서 / 입속의 구조를 열어 줍니다 / 나는 열려요 즐겨찾기, 하고 생각하면 / 문고리가 돌아가고 철컥 여닫는 소리가 납니다 / 아이스크림 가게나 과학실에 닿게 합니다 여러 개의 눈을 보고 있어요 / 알고리즘은 복잡하고 힘이 셉니다 어떤 정원이나 인터넷은 길을 잃기 쉽지만 / 배롱나무 이파리처럼 내려앉는 사랑이란 단어는 / 셀 수 있어요 / 거기에 누군가 있습니다 / 나는 그냥 믿고 있는 것입니다 (나의 인터넷 친구) p. 113 여름이 와도 녹지 않는 / 내 희망에는 계속 눈이 내려 / 꼬리를 물고 불어나는 상상력처럼 / 있잖아, 아름다운 차원을 짓기 위해 썩지 않는 뼈처럼 / 내게는 견고한 객실이 있단다 / 온종일 문을 닫지 않아서 가끔 / 미래 같은 게 와 (리조트) p. 144 나에게 작은 외계인이 있다 아카시아 꽃잎 / 가시가 빛난다 여기는 숲이에요 / 미래이기도 해요 꿀로 만든 약 한 숟갈 / 말도 안 되는 눈빛으로 / 내가 크네 안녕? 안녕? 안녕? 이제 내 차례의 폭탄을 끌어안을게 / 그럼 이렇게 터진다 / 포옹! 하면서, 쏟아져 내린 잔해 좀 봐 / 너에 대한 은유들이란 말이야 하트를 눌러요 / 마음을 나눠요 매일 밤 달을 찾는 중 편지를 썼어 / 너는 모르도록 버섯 아래서 낮잠을 자면 / 작은 하품이 나와 / 기쁨이 / 무르익도록 연못에서 자라는 달팽이 / 어지러운 웃음이 났어 무지개가 보고 싶어 스르륵 / 하고 나타나는 빛을 줘 보라색 알에 갇힌 / 아기 외계인이 / 자주 말을 걸어왔다 치즈, 치즈, 치즈 / 이건 잊지 말란 뜻이야 (러브러브 다마고치)
공룡먹이
4.5
달콤하고 신선한 우주의 포착
sol
4.0
시집이 영혼까지 상쾌함 (positive) 생활사전 / 안드로이드 기술관 / 얇은 유리로 덮어둔 편지 / 사랑도없이특급호텔 / 야간산행
류아휘
3.5
「생활사전」 「수영장에서」 「야간산행」 해설은 너무 어려워서 읽고나니 더 혼란스럽네요
loginsyzygy
4.0
내가 삐뚤빼뚤 그린 별 열 몇 개가 이 시집을 빛나게 해 주겠지 나의 친구야 너에게 이 시집을 주고 싶다 우리는 얼굴을 마주하고 서로를 안아 주지만
won
4.0
<인상 깊은 시 구절들> 이면들 中 찬사와 격려는 손바닥으로 탄생하는데 손등은 왜 조용하지. 손바닥으로 손등을 덮어 가며 파이팅을 외치는 어린 선수들은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겨울의 자그마한 불구경 中 야광 물질은 외로운 생각에서 발견되었대 (…) 지옥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나 까맣게 타들어 가는 눈앞으로 내일이 올 수 없을 거예요 표본을 끌어안는 나를 살게 하세요 희수의 낮 中 불행은 안에서 밖으로 달아나는 순간일까 밖에서 안으로 파고드는 것일까 (안에서 밖으로 파고들어서, 결국 그 안을 곪게 만들어 밖으로 달아나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안드로이드 기술관 中 어떤 날의 꿈속에선 사람들이 미래형 마음을 쏘아 올렸다. 입력과 검색으로 사랑을 찾는 방법, 요즘 누가 찻집에서 만나나요 (…) 우주에도 생명이 살 수 있을 거야 초라한 감각 中 식물원이나 숲엔 유령이 많을 것이다. 유령을 유리병에 모아 흔들면 예쁜 소리가 난다. 사랑도 없이 특급호텔 中 살 수 있는 한 오래 살고 싶다 영원이 없는 곳에서 돌과 해부학 中 몸에서 흘러나온 생각이 몸의 중심을 뚫고 지나간다. (...) 조각상의 손바닥을 만지며 최선이란 것을 만든 신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오래 바라보며 눈이 먼 것이다. 무명 화가와 무제의 플래시 中 야외로 쏟아지는 마음은 생물일까 비생물일까. 나무 앞에 화가가 멈추면 누가 더 풍경다운지 (…) 식물처럼 자라는 나쁜 생각을 닦아냈다. 화초를 다듬는 노인의 취미는 그래서 생겼구나 끝 여름의 보물찾기 中 꼭 감은 눈은 결백이고 실눈은 양심이고 (…) 수박을 먹지 않아도 여름은 여름으로 불렸다. 일기를 쓰지 않아도 용서되는 방학이 있을까? 여름 안의 동양 中 편지는 모두 태우는 것입니다. 나의 후손들에게는 더 이상, 더 이상 가르쳐 줄 것이 없으니까요. (…) 낮잠이 맑은 식물처럼 사람에게 시체라는 말이 붙/ 지 않는다면 나의 장례는 어떨까요 야간산행 中 공룡처럼 죽고 싶어 왜 뼈가 남고 자세가 남고 내가 연구되고 싶어 일요일에 샐러드 먹기 中 식물이라는 기분, 툭하면 죽을 수 있다. (…) 일방적인 사랑으로도 식물은 압사당한다. 도시적 상상력 中 의자에 앉으면 의자 모양대로 바뀌는 사람들을 봤을 때, 너는 그들이 마치 기울어진 그릇에 담긴 물 같다고 말했다. (…) 평화가 물처럼 흐른다. 같은 표현 뒤로 가만히 놓인 의자는 반듯함 없이 구부러짐 없이 도시 중앙에서 울창한 숲이 되는 꿈을 꾸고 있다. 라스트 타워 中 사람들은 왜 자꾸 사람보다 힘이 센 것을 만드는지. 그러다 보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 파이는, 박물관이 영원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그것이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개인학습 中 큰 화면에 대고 뭐라뭐라 쓴다 신의 영역 같다 1과 0으로 이뤄진 기도니까 (…) 흘러가게 두는 마음을 ‘그냥’이라고 부른다 모든 것은 상상이다 (…) 연습할 수 없는 일들은 언제나 쉽게 일어났다 나쁜 실험 中 지루한 신을 위해 상징처럼 너저분하고 고풍스럽게 비워지는 저택 이런 걸 본 적이 없나 보구나. 동화 같은 한 세기가 조용히 무너지는 그런 리조트 中 여름이 와도 녹지 않는 내 희망에는 계속 눈이 내려 (…) 온종일 문을 닫지 않아서 가끔 미래 같은 게 와 (…) 건조된 조각 자몽 뜨거운 물을 따르는 것처럼 자몽이 잠기는 속도로 멀어지는 이웃들 가상의 비 中 즐겨찾기로 별을 늘리며 미래를 찾고 있다. 심해의 깊이 이별의 가능성 속에 하나의 물범진 일어난다. (…) 우리를 빗나가는 예외를 주워 담으며 친애하는 블로거에게 中 당신은 몇 월을 살고 있는가 그것은 봄이나 여름처럼 내/ 가 말할 수 있는 형태와 발음을 가졌는가? 미드나잇 볼케이노 中 모두가 사랑해라고 외쳤다 (…) 생일 초는 한 번에 꺼야 하고 숨은 왜 이렇게 짧을까 유사 과학으로 이루어진 미래를 기다린다 핑크타운 中 생일 초를 끄는 것처럼 어둠이 와도 좋잖아요 우주에서 인간은 먼지라니까요 러브러브 다마고치 中 쏟아져 내린 잔해 좀 봐 너에 대한 은유들이란 말이야 <작품 해설> 1. 서로는 서로를 포괄한다. 나는 관람객이거나 진열된 것 모두이다. 나는 ‘나’를 객체화한다. 나는 ‘나’를 진열한다. 2. 시는 특정한 상을 거듭 이미지화함으로써 원본에서 멀어져 간다. 이 과정은 제현된 이미지가 더는 원본으로 귀속되지 않도록 만든다. 최초 원본으로 회귀하는 일은 더는 중요하지 않다. 3. 여한솔의 시는 마음과 내면의 소유자이자 그것을 바라보는 관람자로서 자아/주체가 지닌 권위를 스스로 해체하고, 나아가 사물화된 자신의 일부에 주관적 해석을 더함으로써 ‘객관적 시각’으로 대상물을 ‘바라보는(대상물로 상정하는 시선)’ 방식만으로는 주체가 될 수 없음을 실험한다. 4. 성경은 ‘성경’으로서 외부와 내부가 모두 관찰된다는 점에서 둘은 모두 보다 초월적인 자아인 ‘나’의 일부로 읽힌다. (…) 즉 자기 자신에게 다른 이름을 붙이는 이 작업은 자신을 객관화하기 위함이 아니라, 더욱 주관화하기 위함처럼 보인다. 5. ‘나’의 대상화는 다른 관점으로 사물을 보는 행위로 확장된다. 여기서 ‘사물’은 ‘나’에서 파생된 물질로, 점차 넓어지고 옅어지는 자아에 대한 개념적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물이다. 6. 우리는 무언가가 사랑을 ‘받는다’(사랑의 ‘대상’으로 간주한다)고 생각하지만, 받는 이의 관점으로 이 행위를 전환할 때, 그것은 사물화된 어떤 것이 그렇게 하기를 요구받는다는 의미에서 ‘사랑 당한다’고 표현될 수 있다. 객관화된 주관성을 가지는 것이다. 7. 어쩌면 우리는 ‘주체는 보고 대상은 관찰된다’는 시선 위계의 도식 속에서 우리 자신의 능동성을 확인해 왔을지도 모른다. 8. 피동형 주체성은 객관화된 대상물의 시선을 빌림으로써 확인할 수 있고, 그것은 이미 나로부터 사랑 당하는 무엇이 이미 그 자리에 놓여 있음을 확인하는 일과 같다. 그래서 “나는 그냥 믿고 있는 것”이다. 셀 수 있는 사랑이 거기에 있고, 그것이 어딘가에 닿을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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