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이대해

이대해

6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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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연인

책 ・ 2002

평균 3.4

각자의 환상을 좇는 사랑이야기 . 고등학생 때 삼중당 문고판으로 읽다가 어려워서 포기했던 책. 작심하고 도서관 대출도 없이 열린책들 판 최희섭 번역본 상하 두권을 샀다. 사륙판 하드커버. 민음사판보다 읽기편하다. 사철제본에 파란색철끈. 표지 디자인도 멋지다. 작가 로런스의 사진을 포토샵처리, 굵은 4B연필 터치로 완성하였다. . 이제 소설을 이해하기는 쉬웠다. 세로쓰기 삼중당문고판의 작은 판형과 잘못된번역 등등이 사라졌고, 나 또한 세월의 숲을 지나쳐 왔으니, 로런스의 속 마음을 꿰뚫으며 읽어나가는 듯 했다. . 이책은 무엇보다 단숨에 읽는 책이 아니다. 그저 천천히 음미하며 읽는 책이다. 천천히 읽어 나가다보면 안다. 왜 이책이 영문권에서 그리 칭송하는 책인지. 무엇보다 심리묘사와 세부적인 디테일이 뛰어나다. 영화의 언어로는 도저히 잡아낼수 없는 세세한 심리묘사. 그것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어떠한 소설도 이만한 심리묘사를 보여주는 책은 없다.더우기 질풍노도의 청춘시절, 그것도 복잡한 연애담을 이만한 묘사로 잡아올리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심리뿐만 아니라 당대의 영국사회나 자연에 대해서도 그림을 그리듯 자세하게 묘사한다. 솔직히 이런 묘사만 없다면 소설은 중편거리 밖에 되지 않는다. . 로런스의 사진을 유심히 보고 있노라면ㅡ잘생긴 얼굴인건 사실이다ㅡ 고집 쎈 곱쓸머리의 영국놈이라는 느낌이든다. 한마디 더하면 <약은 고양이 밤눈 어둡다>는 속담이 꼭 들어맞는 그런 인상이다. 옆에 있다면 꼭 한대 쥐어 패주고 싶은 인상이랄까. 그 약은 행동에서 소설의 주인공의 사랑은 하나도 이루어 지지 않는다. 역시 <약은 고양이 밤눈 어둡다> . 등장인물중 미리엄은 실제 제시 체임버시를 모델로했다.클라라는 대학시절의 약혼자 루이버로우즈와 은사의 아내이자 여섯살 연상의독일 여인 프리다 위클리 등을 혼합하여 창조한 인물이라한다. . 소설 속의 인물, 작자 자신의 분신인 폴 모렐과 어린시절부터 10년의 사귐을 계속한 미리엄, 연상의 연인 클라라 모두 소설 속에서는 각자의 환상을 쫓는 사랑을 한다고 그려진다. 예를 들면 미리엄은 순수한 영혼의 사랑을 쫓는다고 폴 모렐은 말한다. 클라라 또한 기댈 언덕으로서의 폴 모렐을 쫒는다고 말한다. 모두 상대방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사랑이 아닌 자기 자신 스스로의 환상을 쫓는다. 폴 모렐이 쫓는 대상은 어머니의 환상으로서의 여인이다. . 그렇게 따지고 보면 <위대한 갯츠비> 주인공 역시 아메리칸드림의 완성으로 데이지를 쫓고 있는지도 모른다. . 이것이 폴 모렐 아니 작가가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주제이지만 그 내면에서는 두가지의 요소가 엿보인다. 첫째로는 생명의 에너지로서의 성애적 사랑ㅡ미리엄과 멀어지는 요소인ㅡ 과 작가 자신의 마마보이로서의 어머니의 역할, 그것이 그의 사랑을 가로 막은 요소로 보인다. . 영화고 책이고 자신의 독법으로 읽는다. 나에게 이 작가는 <약은 고앙이 밤눈 어둡다>로 읽힌다. 각자의 환상을 좇는 사랑이야기가 아닌 진정한 타인과의 만남 그것이 필요하리라. 그것은 다른 생각을 수용하는 자세이고, 적어도 용기있는 자세이다. 똑같은 말이 적용된다. 용감한 사람이 진정한 사랑을 획득한다. . 2020 04 09 완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