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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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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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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도라의 아이들

영화 ・ 2019

평균 3.3

1910년대에 활동하던 무용수 이사도라 던컨은 사고로 두 아이를 잃은 뒤 '엄마'라는 무용을 창작한다. 다미앙 매니블의 영화는 그로부터 한 세기가 지난 현재 네 명의 여성이 이사도라의 무용을 접하고 그것을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과정이다. 이들이 무용을 각기 해석하는 방식은 다르다. 첫 번째 여성은 이사도라의 무용이 담긴 무보(무용 악보)를 보고 그것을 가능한 똑같이 재현하려 한다. 선생과 제자 관계인 두 번째와 세 번째 여성은 함께 이사도라의 무용을 재현하려 한다. 하나의 워크숍처럼 이사도라의 동작을 익혀가는 이들의 대화와 몸짓에서 무용에 대한 관점과 이들의 관계가 드러난다. 마지막은 '엄마' 공연을 관람한 어느 관객이다. 몸이 불편한 듯 지팡이를 짚고 집에 돌아간 그는 그 날 관람했을 무용을 어설프면서도 주의깊게 따라한다. 무용은 비록 무보가 존재하지만, 악보를 보고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과는 다르다. 피아노를 비롯한 악기들은 언제나 같은 소리를 내며, 그것을 연주하는 뉘앙스, 세기, 속도 등에 따라 악보는 재해석된다. 반면 무용은 신체를 통해 이루어진다. 신체는 악기처럼 일정하지 않다. 무보는 한 세기 전의 무용을 전달하지만, 무보를 보고 움직이는 무용수들의 몸은 언제나 다르다. 사람에 따라 다르고, 무용을 펼치는 때에 따라 다르다. <이사도라의 아이들>은 네 사람의 다른 제스쳐들을 차근차근 보여준다. 전문 무용수의 움직임은 다운중후군을 앓는 소녀 무용수의 움직임으로, 그리고 다시 이들의 공연을 관람한 노년 여성의 몸으로 이어진다. 각기 다른 움직임이 공유하는 것은 아이들을 감싸는듯한 이사도라의 동작이다. 이사도라가 활동하던 시기와 한 세기의 시차를 지닌 이들을, 영화는 이사도라의 아이들로 명명하고 이들의 움직임을 담아낸다. 각자의 동작이 지닌 세세한 차이들로 전달되는 이사도라의 동작은, 미세하게 변주되며 모두를 감싸는 제스쳐로 변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