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신상훈남

신상훈남

3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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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코난: 흑철의 어영

영화 ・ 2023

평균 3.4

2023년 07월 22일에 봄

“어떻게 넌 항상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거야.” 하이바라가 ‘코난이 자신을 구해주는 수많은 장면들을 회상’하는 장면이 있다. 그 중 첫 번째로 떠올리는 건 <명탐정 코난 4기>에서 폭발하려는 버스 안에서 남아있으려던 그녀를 데리고 나오는 코난의 모습이었다. 그 때 코난이 이런 말을 한다. “도망치지 마.” 그 때 하이바라에게 묻은 흥건한 피는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자신을 구해주다 난 상처에서 흐르던 코난의 피였다. 그 때도 이번과 똑같은 표정이었다. ‘자신 때문에 주변사람들이 피해를 입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던 하이바라에게, 늘 희망과 확신에 찬 표정과 위로가 되어주던 코난. 둘의 감정선과 애틋한 관계가 잘 드러난 작품이었다. “하여간 사람 기다리게 만드는 덴 1등이라니까.” 영화에서 ‘호감작’을 하고 있는 인물이 많은 반면, ‘왜 나왔는지조차 모르겠는 끼워넣기식’의 인물들도 많은 게 흠이었다. 베르무트, 아카이는 이미 절정의 ‘S급 매력을 가진’ 캐릭터로 각인되어있고 검은 조직 버금가는 전투력의 란과, 이중 첩자치고는 진보다 뛰어난 영양가의 정보력의 버본까지. 그러나 필요 이상으로 지능이 낮아보이는 워커, 누가 봐도 사건종결 일등공신 코난을 짐짝 취급하는 모리 코고로, 쪽수 채우려고 나온 형사들 덕분에 매력적인 캐릭터들은 더욱 더 ‘극한의 호감작’이 성립되고, 우리가 흔히 느끼고 있던 검은 조직의 카리스마라든지 사실 엄청난 전투력을 갖고 있는 모리 코고로의 위상, 그리고 형사들 각자의 매력과 존재감까지 모두 깎인 것 같아서 아쉬웠다. “판도라의 상자는 바다 깊은 곳에 쭉 가라앉아 있어야 되는 거거든.” 하이바라 아이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파헤치는 편이었다. 그녀는 시리즈 초중반까지만 해도 ‘검은 조직에 대한 두려움’이 굉장했으며 늘 냉정함을 유지했던 그녀가 그들이 타고 다니는 포르쉐만 봐도 ‘코난 시리즈 특유의 동공 흔들리는 연출’이 나오곤 했는데 그 두려움으로부터 한 발짝 더 멀어질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옆엔 항상 코난이 있기 때문이다. “나에겐 더 이상 돌아갈 데가 없어.” [이 영화의 명장면 📽️] 1. 하이바라 납치 하이바라와 코난 둘 다 검은 조직의 존재를 알아채는 과정이 ‘번뜩’식으로 표현이 된 건 아쉬웠지만, 일사천리로 일을 해결하는 검은조직의 ‘체계성’이 내심 놀라웠던 장면. 검은 조직의 ‘새로운 멤버’는 늘 상당히 강력한 존재로 나왔었는데 란에게는 상처 하나도 입히지 못 하고 오히려 압도당하는 핑가의 전투력은 상당히 아쉬웠다. 코난이 키안티의 저격을 알아채고 란을 구하는 시퀀스와 이후 벌어지는 카(보드)체이싱도 일품. “내가 신호를 보낼 때까지 여기서 꼼짝도 하지 마.” 2. 고작 어린 어이 워커의 입방정 덕에 하이바라는 탈출을 시도하고, 여기에서 진이 ‘이성’보다는 ‘본능’에 치우쳐져 있다는 게 명확히 드러난다. 그는 워커가 아니었더라면 키르와 나오미 모두 죽였을 것이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보다는 ‘자신에게 맞서는 것’을 없애버려야겠다는 심산. 아무리 봐도 차가워 보이는 진에게 있어 ‘뜨거운 본능’은 어울리지 않는데 말이다. 결국 하이바라를 구하기 위에 어두운 바닷속을 밝혀주는 한 어린 아이가 등장한다. 말도 안 되게도, 그는 정말 조그마한 꼬마에 불과했다. “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 “에도가와 코난, 탐정이죠.” 돌아갈 곳이 없는 줄로만 알았던 그녀는 손을 놓으려 한다 자신은 모두를 위험하게 만들 존재니까 하지만 코난은 그 손을 놓지 않는다 머리가 똑똑해서, 하이바라가 그 손을 놓칠 거라고 예상했던 게 아니다 절망한 채로 포기하는 것보다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것이 더 소중하다는 걸 알고 있을 뿐이었다 “지금의 너가 있어줬기에, 앞으로의 내가 존재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