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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oung_Wonly

Hyoung_Wonly

4 years ago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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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로부터의 수기

책 ・ 2010

평균 4.0

인간이 가진 가장 큰 결함, 무례함. "인간에 대한 가장 정확한 정의란 두 다리를 감사할 줄 모르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인간의 근본적인 결함은 아니다. 인간의 가장 큰 결함은 끝 없는 무례함이다." -지하로부터의 수기 중 청년 도스토옙스키는 야심이 가득했다. 스물 네살에 <가난한 사람들>로 등단했고, 러시아 대표 리얼리즘 문학가 니콜라이 고골이 환생했다는 칭송까지 받으며 유명세를 드높였다.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던 젊은 러시아 청년은 얼마 지나지 않아 유렵 전역에 몰아닥친 혁명의 물결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공상적 사회주의자 그룹과 함께 차르 체제(전제군주제)를 비판하고 농노 해방을 외치다 체포돼 사형선고를 받는다. 사형제도라는 정치쇼를 통해 극적 반전을 노린 차르의 의도도 알지 못한 채 처형장에 선 도스토옙스키는 순식간에 닥쳐온 공포 앞에서 충격을 먹는다. 차르의 자비(?)로 풀려난 도스토옙스키는 곧장 시베리아 유배형에 처해진다. 죽음 앞에서 살아돌아온 뒤 혹독한 유배 생활을 겪게된 도스토옙스키의 인생관은 완전히 바뀌게 된다. 이후 자전소설<죽음의 집의 기록>(열린책) 속 고란치고프라는 인물을 통해 시베리아 생활을 생생히 기록해두었다. 시베리아 수용소 좁은 감방에서 4년동안 족쇄를 차고 밀수꾼, 위폐범, 살인범, 강도 등과 뒤섞여 서로 욕질하고 조롱하고 비난하는 장면을 시작으로, 여든 명이 우글대면서 벌거벗고 몸을 씻는 장면, 형리들이 무자비하게 채찍을 휘둘러대며 폭력을 가하는 장면 등을 묘사하며 비인간성의 끝을 보여준다. 우아한 인격체로서 살아오던 오만한 러시아 청년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것이었다. 지옥에서 살아남기 위해 도스토옙스키는 고결함을 버리고 자신을 괴롭히던 동료들의 삶을 흉내낸다. 훗날 러시아 문학을 넘어 세계문학을 대표하게 될 청년은 비인간적인 존재를 닮는 비굴한 전략으로라도 살아남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그 한계는 명확하다. 타고난 신분과 행실이 다르므로 끝내 그들과의 거리감을 지워내지 못한다. "당신이 어땋게 우리 동료라는 겁니까?" 라는 솔직한 말까지 들어버린다. 하층 민중으로부터 거부 받는 현실은 젊은 도스토옙스키 내면에 깊은 고독을 일깨운다. 그럼에도 도스토옙스키는 경멸의 마음을 버리고자 한다. 자신과 민중을 모두 같은 존재로서 대하며 주변 인물에 대한 정밀한 관찰을 통해 인간에게는 생생한 개성이 있음을 깨달아 간다. 죄수들은 각자 나름대로 사연과 독특한 죄의식을 품고 있을 뿐 아니라 불안정하고 험악한 환경에서도 소박한 면모와 정의로운 마음을 잃지 않았음을 발견하고 다음과 같이 남긴다. '인간은 누구나 벌레이면서 스스로 성인(聖人)이다.' 인간이란 인류라고 불려온 추상적 덩어리가 아니라 개개인으로서 살아있는 세계 그 자체였던 것이다. 깨달음은 벼락처럼 떨어졌다. 선민의식을 앞세워 민중을 대변하겠다고 나섰던 본인의 무례함과 오만함이 얼마나 부끄럽고 우스웠을까. 도스토옙스키는 상층 귀족, 신 부르주아 세력, 지식인이 민중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민중들을 대변하겠다고 깝치는 걸 '시각적 기만', 무례한 태도일 뿐이라고 단호히 결론지었다. 이후 도스토옙스키는 철저한 자기 비판을 거듭했다. 자신의 과거까지 잔혹할 정도로 헤집으면서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의 학술, 예술문화 중심지) 문화를 추종하던 모습을 벗겨내고,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사랑, 러시안으로서의 품성에 대한 믿음, 인간 심리 관찰자로 변모한다. '산다는 것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단순한 것이리라. 매우 일상적이고 비밀스럽지 않으며 매일 매 시간이 그렇듯 아주 평범한 것. 우리는 이렇게 단순한 것이 삶이라고 믿지 못하여 삶을 느끼지도 깨닫지도 못한 채 수천 년을 지나왔다.' - 도스토옙스키 죽음을 맞이할 뻔한 체험, 시베리아란 극한의 공간에서 겪은 억압, 그로 인한 자유의 갈망, 밑바닥 생활, 자아 비판 등을 뭉치고 뭉쳐 탄생한 것이 바로 도스토옙스키 그 자신이었다. 지식인은 이처럼 살아있는 동안 죽음으로부터 쫓기는 불안, 고통의 경험과 함께 철저한 자기 반성을 통해 삶의 태도를 통째로 바꿀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 경로가 다르다. 도스토옙스키는 외부의 계몽을 통해서 변화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한다. 지식인이 아무리 다가가려 해도 끝내 거부하고,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 그들에게 현실은 '자신을 가둔, 아니 숨어버린 곳이다. 도피처이고 유배지이며 감옥이다. 동시에 하나 뿐인 안식처다.' 이미 그 사람들에게는 사랑, 우정, 공정, 정의 같은 의식이 단단한 형태로 존재한다. 힘겨운 삶의 조건이 인간적 가치를 가리고 있을 뿐, 도스토옙스키는 오히려 지하에 살던 하층 민중들 덕분에 삶이란 무엇인지를 다시 배운다. +이 작품은 영화 <택시 드라이버> 제작에 영향을 줬다. 이후 <택시 드라이버>는 영화<조커>제작에 영감을 준다. ++인간의 정신이 붕괴되는 원인/환경은 다를지라도 그 결과는 대개 비슷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