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지하
2부 진눈깨비에 관하여
작품 해설
작가 연보
지하로부터의 수기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 소설
232p

도스토예프스키 작품 세계에서 전환점이 되었으며, 최초의 실존주의 소설이라 일컬어지는 소설 <지하로부터의 수기>. 자신은 누구보다 똑똑하다고 자부하지만 실제로는 새로운 시대의 철학도 이념도 모두 경멸하고, 나아가 자기 자신을 가장 경멸하는 지식인인 주인공 '지하 인간'이 등장한다. 소설은 1부 '지하'와 2부 '진눈깨비에 관하여'로 구성되어 있다. '지하'는 "나는 아픈 인간이다……. 나는 심술궂은 인간이다."라는 주인공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그는 마흔 살가량의 남자로, 이십 년쯤 전에 하급 관리로 일했으나 약간의 유산을 물려받은 이후 줄곧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살아왔다. 이십 년간 아무도 만나지 않고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지하에 틀어박혀 있었다. '진눈깨비에 관하여'에서는 그가 이십 대에 겪었던 사건 두 가지를 들려준다. 하나는 초대받지도 않은 동창생들 모임에 굳이 참석해 그들에게 무시를 당했던 일이다. 다른 하나는 유곽에서 만난 매춘부 리자에게 온갖 잔인한 말을 늘어놓았다가 그녀가 집으로 찾아올까 노심초사했던 일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미학적, 시학적 실험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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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 소개
“구린내 나고 추악한 지하”에서 뿜어내는 싸늘한 독기,
세상에 대한 경멸과 증오가 자신을 향한 저주로 뒤바뀐다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1부 「지하」와 2부 「진눈깨비에 관하여」로 구성되어 있다. 「지하」는 “나는 아픈 인간이다……. 나는 심술궂은 인간이다.”라는 주인공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그는 마흔 살가량의 남자로, 이십 년쯤 전에 하급 관리로 일했으나 약간의 유산을 물려받은 이후 줄곧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살아왔다. 학창 시절의 친구도 없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친분을 쌓지 못해 인간관계라 할 만한 것은 전혀 없다. 그는 이런 상황에 거의 아무런 불만이 없고 오히려 모든 이들을 혐오할 뿐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들의 작은 행동에도 심한 모욕을 느끼며 온갖 방법으로 복수할 궁리를 한다. 그러나 그뿐, 실제로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 그렇게 이십 년간 아무도 만나지 않고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지하에 틀어박혀 있었다.
「진눈깨비에 관하여」에서는 그가 이십 대에 경험했던 일들을 들려준다. 한 장교와 당구장에서 우연히 마주치는데, 장교는 길을 막고 있는 그를 물건처럼 집어 들어 옆에다 내려놓은 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제 갈 길을 간다. 주인공은 이 일로 크나큰 치욕을 느끼고 장교에게 복수할 궁리를 시작한다. 그를 비방하는 소설도 쓰고 결투를 신청하는 편지도 쓰지만, 둘 다 거기서 그친다. 또 다른 일화는 초대받지 않은 동창생들 모임에 참석했던 이야기이다. 학교에 다닐 때는 물론이고 그 후에도 교류가 없었던 동창생들이 환송회를 연다고 하자 돈까지 빌려 가며 부득부득 그 자리에 낀다. 그러나 막상 모임에서는 같이 어울리지도 못하고 엉뚱한 행동만 할 뿐이다. 주인공은 그들을 쫓아 유곽에까지 따라가는데, 거기서 리자라는 매춘부를 만난다. 무슨 말을 해도 뚱한 반응을 보이는 리자의 태도에 약이 올라, 그녀의 미래에 대해 온갖 잔인한 말을 퍼부어 그녀를 울리고 만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며칠 동안이나 리자가 찾아올까 봐 노심초사하다가 하인에게 히스테리를 부리는데, 바로 그 순간에 리자가 그를 방문한다. 그녀가 그런 모습을 목격한 것에 수치심을 느끼고 그녀를 증오하게 된다.
자신은 누구보다 똑똑하다고 자부하지만 실제로는 새로운 시대의 철학도 이념도 모두 경멸하고, 나아가 자기 자신을 가장 경멸하는 주인공. 언제나 조롱과 경멸을 자초해 놓고는 그들에 대한 증오로 어쩔 줄을 몰라 하다 결국에는 스스로를 괴롭히고 저주하는 지경에까지 자신을 몰고 간다.
구린내 나고 추악한 자신의 지하에서 우리 생쥐는 모욕과 조롱에 짓이겨진 채로 그 즉시 싸늘한 독기를 품은, 무엇보다도 영원토록 사라지지 않을 악의 속으로 침잠한다. 그러곤 사십 년을 내리 자신의 모욕을 가장 극악하고 수치스러운 세부 사항까지 죄다 기억해 내고 그때마다 자기 쪽에서 훨씬 더 수치스러운 세부 사항을 덧붙이면서 자신의 환상을 통해 표독스럽게 스스로를 약 올리고 짜증나게 만들 것이다. 그놈 스스로 자신의 공상을 부끄러워하면서도 어쨌거나 모든 것을 기억해 내고 모든 것을 곱씹고 이런 일도 일어날 수 있었다는 구실을 대며 자신에게 불리한 얼토당토않은 것만 잔뜩 지어내고 어느 것 하나 곱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본문 중에서)
도스토예프스키의 미학적, 시학적 실험
19세기 리얼리즘 소설의 문법을 비켜 나간 의식과 실존의 새로운 지평
도스토예프스키는 소설가로서 주목받기 시작하던 스물여덟 살부터 팔 년 동안 유형 생활을 한다. 사 년을 감옥에서 보냈으며 사 년 동안은 시베리아에서 복무했는데, 특히 감옥 생활을 하는 중에 허락됐던 책은 ‘성경’이 유일했다고 한다. 이 공백기가 지난 후 그의 작품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성격을 띠게 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 특히 퇴역한 지 오 년이 지난 1864년에 발표한 『지하로부터의 수기』에서는 “그동안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소설 형식을 선보였다. 기존의 소설 문법뿐 아니라 세계 인식의 틀마저 배반하면서 소설 장르에 대한 실험을 감행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런 결과 때문이다. 또한 『죄와 벌』이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과 같은 도스토예프스키 자신의 대작과 비교했을 때 이 작품은 중편소설에 가까운 분량이지만, 평론가들은 그의 다른 작품보다도 훨씬 난해하고 모던하며 문제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나는 쓴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게다가 이 ‘나’는 주인공-영웅이 되기는커녕 ‘반(半)주인공’, 심지어 ‘반(反)주인공’에, 그야말로 무위도식하는 백수에 불과하지만 오직 쓰는 행위를 통해 세계를 내 안에 담은 주인공으로 등극한다. 바로 이것이 발자크적 리얼리즘에 지배되던 19세기 소설 문법을 비켜나가 『지하로부터의 수기』만이 보여 준, 심지어 발견한 우리 의식과 실존의 새로운 지평이기도 하다.(「작품 해설」 중에서)
젊고 감각적인 번역으로 다시 읽는 『지하로부터의 수기』
이 책의 번역자인 김연경은 서울대학교와 모스크바 국립사범대학교에서 도스토예프스키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젊은 학자이다. 또한 21세에 등단해 소설집 『고양이의,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를 위한 소설』, 『내 아내의 모든 것』, 장편소설 『고양이의 이중생활』 등의 작품을 발표한 소설가이기도 하다. 젊은 학자이자 소설가로서, 김연경은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감각적으로 번역해 냈다.
또한 고심 끝에 기존에 흔히 쓰이던 ‘지하 생활자의 수기’라는 제목 대신 ‘지하로부터의 수기’라는 제목을 붙였다. 이 작품의 원제목은 ‘Записки из подполья(Notes from (the) Underground)’로, ‘지하 생활자의 수기’는 일본어 번역(‘地下生活者の手記’)을 그대로 차용한 제목이다. 일견 자연스럽고 익숙한 듯한 이 제목 대신 ‘지하로부터의 수기’라는 제목을 택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우선은 작품의 원제의 의미를 최대한 가깝게 전달하려 했다. 그리고 이 작품의 주인공인 ‘지하 인간’에게는 건강하고 활기찬 느낌을 주는 ‘생활’이라는 것이 결여되어 있다. 그의 수기는 그저 그의 ‘실존’, 그리고 그의 ‘지하’에서 흘러나온 고백인 것이다.



강중경
4.0
60페이지 가량 말빨좋은 찌질이 형의 프리스타일 랩에 질려서 나갈때쯤... 두번째 단편부터 이 형이 각성하며 한 단어씩 귀에 때려박는 폭풍 랩이 시작되는데... 아~이래서 이 형이 MC 대문호구나 하며 겸손하게 리스펙트 하고 가는 책.
이호윤
3.5
자기 혐오자의 가장 깊은 자기애
신혜미
4.0
그녀가 얼른 사라져주었으면 싶었다. ‘안정’을 나는 바랐고, 지하에 혼자 남길 바랐다. ‘살아있는 삶’이 너무 익숙하지 않은 탓에, 이제는 그것이 숨이 막힐 만큼 나를 짓눌러 왔다. -194p 실상 우리는 ‘살아 있는 삶’을 노동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거의 업무로 생각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고 다들 속으론 책에 따라 사는 것이 차라리 더 낫다는 쪽에 동의한다. 왜 우리는 이따금씩 옥신각신하는 걸까, 왜 변덕을 부리는 걸까, 대체 왜 뭘 요구하는 걸까? 우리 자신도 왜인지는 모른다. 어떻든 우리의 변덕스러운 요구를 들어준다면 우리는 오히려 더 나빠질 것이다. 자, 시험 삼아 우리에게 가령 자립성을 좀 더 많이 주고, 우리 중 아무나의 손을 풀어 활동 범위를 좀 더 넓혀 주고, 보호의 강도를 좀 더 낮춰보라, 그러면 우리는...... 분명히 말하지만, 당장에 우리를 다시 원래대로 보호해 달라고 부탁할 것이다. -198p
김진수
3.5
아니 처음에 문예출판사 <지하생활자의 수기>에다 별점 줬는데 왜 민음사 쓰레기로 옮겨간거야.... <죄와벌>도 열린책들에다가 줬더니 민음사로 가고...번역서는 역자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왜 자꾸 하나로 통합시키는지 이해가 안가네
Hyoung_Wonly
4.5
인간이 가진 가장 큰 결함, 무례함. "인간에 대한 가장 정확한 정의란 두 다리를 감사할 줄 모르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인간의 근본적인 결함은 아니다. 인간의 가장 큰 결함은 끝 없는 무례함이다." -지하로부터의 수기 중 청년 도스토옙스키는 야심이 가득했다. 스물 네살에 <가난한 사람들>로 등단했고, 러시아 대표 리얼리즘 문학가 니콜라이 고골이 환생했다는 칭송까지 받으며 유명세를 드높였다.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던 젊은 러시아 청년은 얼마 지나지 않아 유렵 전역에 몰아닥친 혁명의 물결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공상적 사회주의자 그룹과 함께 차르 체제(전제군주제)를 비판하고 농노 해방을 외치다 체포돼 사형선고를 받는다. 사형제도라는 정치쇼를 통해 극적 반전을 노린 차르의 의도도 알지 못한 채 처형장에 선 도스토옙스키는 순식간에 닥쳐온 공포 앞에서 충격을 먹는다. 차르의 자비(?)로 풀려난 도스토옙스키는 곧장 시베리아 유배형에 처해진다. 죽음 앞에서 살아돌아온 뒤 혹독한 유배 생활을 겪게된 도스토옙스키의 인생관은 완전히 바뀌게 된다. 이후 자전소설<죽음의 집의 기록>(열린책) 속 고란치고프라는 인물을 통해 시베리아 생활을 생생히 기록해두었다. 시베리아 수용소 좁은 감방에서 4년동안 족쇄를 차고 밀수꾼, 위폐범, 살인범, 강도 등과 뒤섞여 서로 욕질하고 조롱하고 비난하는 장면을 시작으로, 여든 명이 우글대면서 벌거벗고 몸을 씻는 장면, 형리들이 무자비하게 채찍을 휘둘러대며 폭력을 가하는 장면 등을 묘사하며 비인간성의 끝을 보여준다. 우아한 인격체로서 살아오던 오만한 러시아 청년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것이었다. 지옥에서 살아남기 위해 도스토옙스키는 고결함을 버리고 자신을 괴롭히던 동료들의 삶을 흉내낸다. 훗날 러시아 문학을 넘어 세계문학을 대표하게 될 청년은 비인간적인 존재를 닮는 비굴한 전략으로라도 살아남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그 한계는 명확하다. 타고난 신분과 행실이 다르므로 끝내 그들과의 거리감을 지워내지 못한다. "당신이 어땋게 우리 동료라는 겁니까?" 라는 솔직한 말까지 들어버린다. 하층 민중으로부터 거부 받는 현실은 젊은 도스토옙스키 내면에 깊은 고독을 일깨운다. 그럼에도 도스토옙스키는 경멸의 마음을 버리고자 한다. 자신과 민중을 모두 같은 존재로서 대하며 주변 인물에 대한 정밀한 관찰을 통해 인간에게는 생생한 개성이 있음을 깨달아 간다. 죄수들은 각자 나름대로 사연과 독특한 죄의식을 품고 있을 뿐 아니라 불안정하고 험악한 환경에서도 소박한 면모와 정의로운 마음을 잃지 않았음을 발견하고 다음과 같이 남긴다. '인간은 누구나 벌레이면서 스스로 성인(聖人)이다.' 인간이란 인류라고 불려온 추상적 덩어리가 아니라 개개인으로서 살아있는 세계 그 자체였던 것이다. 깨달음은 벼락처럼 떨어졌다. 선민의식을 앞세워 민중을 대변하겠다고 나섰던 본인의 무례함과 오만함이 얼마나 부끄럽고 우스웠을까. 도스토옙스키는 상층 귀족, 신 부르주아 세력, 지식인이 민중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민중들을 대변하겠다고 깝치는 걸 '시각적 기만', 무례한 태도일 뿐이라고 단호히 결론지었다. 이후 도스토옙스키는 철저한 자기 비판을 거듭했다. 자신의 과거까지 잔혹할 정도로 헤집으면서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의 학술, 예술문화 중심지) 문화를 추종하던 모습을 벗겨내고,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사랑, 러시안으로서의 품성에 대한 믿음, 인간 심리 관찰자로 변모한다. '산다는 것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단순한 것이리라. 매우 일상적이고 비밀스럽지 않으며 매일 매 시간이 그렇듯 아주 평범한 것. 우리는 이렇게 단순한 것이 삶이라고 믿지 못하여 삶을 느끼지도 깨닫지도 못한 채 수천 년을 지나왔다.' - 도스토옙스키 죽음을 맞이할 뻔한 체험, 시베리아란 극한의 공간에서 겪은 억압, 그로 인한 자유의 갈망, 밑바닥 생활, 자아 비판 등을 뭉치고 뭉쳐 탄생한 것이 바로 도스토옙스키 그 자신이었다. 지식인은 이처럼 살아있는 동안 죽음으로부터 쫓기는 불안, 고통의 경험과 함께 철저한 자기 반성을 통해 삶의 태도를 통째로 바꿀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 경로가 다르다. 도스토옙스키는 외부의 계몽을 통해서 변화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한다. 지식인이 아무리 다가가려 해도 끝내 거부하고,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 그들에게 현실은 '자신을 가둔, 아니 숨어버린 곳이다. 도피처이고 유배지이며 감옥이다. 동시에 하나 뿐인 안식처다.' 이미 그 사람들에게는 사랑, 우정, 공정, 정의 같은 의식이 단단한 형태로 존재한다. 힘겨운 삶의 조건이 인간적 가치를 가리고 있을 뿐, 도스토옙스키는 오히려 지하에 살던 하층 민중들 덕분에 삶이란 무엇인지를 다시 배운다. +이 작품은 영화 <택시 드라이버> 제작에 영향을 줬다. 이후 <택시 드라이버>는 영화<조커>제작에 영감을 준다. ++인간의 정신이 붕괴되는 원인/환경은 다를지라도 그 결과는 대개 비슷하구나.
김예림
5.0
들킬까 두려워 숨겨놓은 내 지하인을 낱낱이 까발려 속이 쓰리다.
진태
4.0
나는 과거의 나에 대해 얼만큼 솔직한 수기를 써낼 수 있는가?
고민성
5.0
거울 앞에서 세상을 향해 중지를 날리는 역설가의 자아분열. 슬프게도 그 경멸은 언제나 거울의 상을 타고 본인에게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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