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혜미
5 years ago

지하로부터의 수기
평균 4.0
그녀가 얼른 사라져주었으면 싶었다. ‘안정’을 나는 바랐고, 지하에 혼자 남길 바랐다. ‘살아있는 삶’이 너무 익숙하지 않은 탓에, 이제는 그것이 숨이 막힐 만큼 나를 짓눌러 왔다. -194p 실상 우리는 ‘살아 있는 삶’을 노동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거의 업무로 생각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고 다들 속으론 책에 따라 사는 것이 차라리 더 낫다는 쪽에 동의한다. 왜 우리는 이따금씩 옥신각신하는 걸까, 왜 변덕을 부리는 걸까, 대체 왜 뭘 요구하는 걸까? 우리 자신도 왜인지는 모른다. 어떻든 우리의 변덕스러운 요구를 들어준다면 우리는 오히려 더 나빠질 것이다. 자, 시험 삼아 우리에게 가령 자립성을 좀 더 많이 주고, 우리 중 아무나의 손을 풀어 활동 범위를 좀 더 넓혀 주고, 보호의 강도를 좀 더 낮춰보라, 그러면 우리는...... 분명히 말하지만, 당장에 우리를 다시 원래대로 보호해 달라고 부탁할 것이다. -19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