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E
3 years ago

남쪽
평균 4.1
빛과 어둠의 대비, 풍경의 소실점, 대칭/비대칭의 구도, 정말 한 폭의 그림과 같은 숏과 편집, 롱테이크, 침묵을 강조하는 이따금의 사운드 등 온갖 미장셴이 전작 <벌집의 정령>보다도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훨씬 '예술적'으로 의식토록 한다. 그런 미장셴에 더해 영화의 리듬이 참 (두루뭉술한 표현이지만) 시적이다 싶은데, 특히 영화 초반부 '아버지의 남쪽'에 대해 추측하는 내레이션 위로 (따뜻해 보이는) 세비야의 엽서 이미지들이 흐르고, 이내 겨울 풍경 숏과 갈매기 풍향계, 그리고 시간의 흐름을 담아내는 편집에 이르기까지 묘한 운율이 흐르는 듯했다. 일평생 어딘가에 얽매인 아버지와 영원히 닿지 못할 이레나 리오스, 불가해한 어른의 세계와 죽음, 역사적인 비극, 아버지와의 단절, 남쪽으로 떠나는 딸처럼 그야말로 상징적인 구도를 띄는데, 마치 "화자가 말하는 '남쪽'이 갖는 의미는?" 라는 식의 문제마저 낼 수 있을 법한 문학적 감성이 엄습한다. 그럼에도 은유 내지 상징에 뻣뻣하게 매몰되지도 않고, 불투명하고 명료하지 않은 감각을 내내 자아내는 기이한 환상감만으로도 이미 풍성한 듯싶다. 물론 차마 자신있게 설명하진 못하겠지만, 마치 회화와 문학을 모두 머금은 채로 쓸쓸함과 그리움, 아름다움을 던져대는, 정말 감 각적인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