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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경

천수경

4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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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마트에서 울다

책 ・ 2022

평균 3.7

나는 관심이 가는 사람에게 '누구와 친하게 지내는지' 곧잘 묻는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들로부터 사랑과 우정을 섭취했는지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내 마음에 드는 이유-매력적인 언행이나 그 사람이 베푸는 사랑 등-은 그 사람의 몸에서 자동으로 생성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서다. 어딘가에서 보고 익혔거나 저도 모르게 흡수한 사랑이 몸에 저장되어 있다가 발현된 게 분명하니까. 그 사랑의 근원이 궁금하다. 한 사람이 자신과 가까운 인간들에 대해 떠드는 순간이야말로 그 사람의 몸속에 있는 사랑의 해부도를 어렴풋이 볼 수 있는 순간이라고 믿는다. 자기 친구가 어떤 말을 했고, 그 친구는 가족이랑 어떤 갈등이 있었고, 뭐 그런 것들을 미주알고주알 얘기하는 모습에선 눈을 뗄 수가 없다. 저승에서는 마음 맞는 이들끼리 다 만나는 게 아닐까. 소설이나 영화 속 인물들까지 전부. 그러니까 지금쯤 미셸의 엄마는 소설 <쇼코의미소>의 할아버지와 한바탕 수다를 떨고 있을 것만도 같다. 자신들이 퍼트리고 간 사랑이 세상에 얼마나 유용하게 쓰였는지, 자식새끼들 키우는 게 얼마나 고역이었는지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엄마는 지금 네가 그걸 그만둘 때까지 기다리는 중이야.” 당신이 딸의 꿈에 무심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텐데도, 나까지 너무 서운해서 마음이 무너졌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해서 나누었던 숱한 말싸움조차 애타게 그리워지는 시간은 기어이 왔다. 아무리 붙잡고 싶어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던 그 시간은 제 속도대로 흘렀다. 영혼이 육신을 빠져나가는 일은 말 그대로 기진맥진한 사건이었다. 다사다난했던 이 모녀의 사랑은 내 몸 안에 있는 사랑에 많은 물을 주었다.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영원히 주어진 게 아니라는 경고 같기도 한 이 책은 ‘지금 사랑할 수 있는 사람’에게 줄 사랑을 거대하게 키워주는 책이다. “참 많이도 웃었습니다.” (-280쪽). ‘당신의 친구 윤이로부터’ 온 편지의 한 구절. 저 문장 보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내가 다시는 못 보게 된 이들한테 반드시 해줘야 할 말이면서도, 지금 곁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꼭 한 번씩 해주고 싶은 말이라는 걸 알게 되어서. 눈물을 한 바가지 쏟았다. *초반에는 흠.. 음식과 모성애? 진부하네,, 하다가 주인공 청소년기 서사 시작되고나선 오열을 몇 사바리 한 건지 모르겠다. 다 읽고나선 감정적인 탈진 상태였음..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