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보고 밥먹고 커피마시고 산책해요

미스 사이공: 25주년 특별 공연
평균 3.4
미스 사이공 25주년 특별공연은 무대 연출과 음악 면에서 탁월하다. 거대한 헬리콥터 장면은 관객을 압도하며, 전반적인 무대기술과 조명, 프로젝션 매핑이 현대적으로 업그레이드 되어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넘버들이 하나같이 명곡인데, 특히 "I'd Give My Life for You" 부를 때 진짜 에바 노블자다의 미친 성량에 소름돋았다. 아역배우 고막 나갈까봐 걱정이 될 정도..ㅎ 홍광호는 이미 국내외에서 인정받은 실력파로, 미스 사이공 무대에서는 투이라는 복잡하고 갈등 많은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사랑과 질투, 그리고 체념이 뒤섞인 그의 감정선이 너무나 자연스러웠고, 특히 킴을 향한 마지막 외침은 가슴을 울릴 정도로 강렬하다. 그의 디테일한 연기 덕분에 투이라는 인물이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안타까운 인간으로 다가왔다. 엔지니어 역의 존 존 브라이언스는 그야말로 이 공연의 MVP다. 엔지니어 특유의 교활하면서도 연민을 자아내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완성시켰다. "The American Dream" 넘버 하나만으로도 무대 전체를 장악해버리는 힘이 있었고, 단순한 코믹 캐릭터가 아니라 시대와 사회를 풍자하는 복합적인 인물로 끌어올렸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여전히 아시아 여성과 서구 남성의 관계를 다루는 방식에는 시대에 뒤처진 느낌이 있었고, 후반부에 감정선을 억지로 끌어올리려는 연출은 약간 과한 감이 있었다. 조연 캐릭터들의 서사가 다소 평면적이었던 것도 살짝 아쉬웠다. 그럼에도 뮤지컬 팬이라면 무조건 봐야 할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인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