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ochefort

그녀를 지키다
평균 4.3
하지만 나는 불행하지 않았다. (...) 어쩌면 내가 젊었고, 나의 하루하루가 아름다워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한낮의 아름다움이 밤의 예지에 무엇을 빚지고 있는지, 나는 오늘에서야 헤아린다. (42쪽) 찰나 동안, 비올라와 나는 키가 같아진다. 우리는 거의 열네 살이다. 정확히, 똑같은 키. 이 상태는 지속되지 않을 테고 그 애는 그 사실을 알고 있고 나도 그러니, 우리 둘 다 알고 있다. 나는 우리라고 말하기를 좋아하니까. 이 순간이 지나면 비올라는 계속해서 키가 자라서 하늘을 향해 솟구치겠지. 나는 여기, 땅바닥에 붙어 있을 테고. 그 순간 우리는 오랫동안 서로를, 서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묘지의 밤, 대낮의 열기에 그을린 색채로 가득한 밤에, 이러한 만남, 예기치 못한 동등함에 거의 놀라다시피 하며. 찰나 동안, 나는 어느 결엔가 그 무엇도 변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벌써 그 애를 쑥쑥 크게 하는 힘들이, 그러니까 쌓여 가는 세포들과 늘어나는 뼈들이 작동하고 있고, 분자가 하나씩 하나씩 늘어날수록 비올라는 나로부터 멀어진다. (148쪽) 「자신이 좋아하는 누군가에게 또 보자라고 인사를 할 때엔, 몇 걸음 가다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보려고 혹은 살짝 손짓을 하려고라도 돌아보게 되거든. 난 돌아봤다고. 넌 마치 벌써 나를 잊은 듯이 그냥 쭉 걸어갔잖아. 그래서 다시는 만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어. 그러다가 생각을 해봤고, 어쩌면 네가 촌뜨기이고 배운 게 없어서 그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지.」 나는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럼! 바로 그거야. 와줘서 고마워. 그리고 책도 고맙고. 이제부터는 돌아볼게, 맹세해.」 (108쪽) 「11월 22일.」 비올라는 기뻐 날뛰며 나를 끌어안고는 잠깐 춤으로 이끌었다. 「우리는 우주적 쌍둥이야!」 「어쨌든 믿기지 않네.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이라니!」 「난 그럴 줄 알았어! 곧 보자, 미모.」 「또 두 달을 기다리게 하는 건 아니지?」 「우주적 쌍둥이를 기다리게 하는 법은 없지.」 비올라가 심각하게 말했다. 그 애는 오른쪽으로, 나는 왼쪽으로 출발했다. 그 아이의 행복이 내 발걸음을 가볍게 했고, 어둠을 밝혔다. 나는 그 애에게 거짓말한 것을 심하게 후회하지는 않았다. 나는 11월 7일에 태어났다. 하지만 내가 그 애의 침실에서 잠이 들기 전에 읽고 또 읽었던 생일 축하 카드에서 본 날짜가 갑자기 생각났다. 기쁨을 안겨 주는 작은 거짓말은, 내 생각엔 거짓말이 아니었다. (...) 멀어져 가면서, 나는 아주 신경 써서 세 번 뒤돌아봤다. 한 번은 저번에 못 한 것, 또 한 번은 이번 것, 그리고 마지막은 참을 수가 없어서였다. (11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