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장문 스포 주의ㅡㅡㅡㅡㅡㅡㅡㅡㅡ 진심 어린 감정과는 별개로 상대방을 사랑하는 데에 서툰 세미(박혜수)는 자전거 사고로 인해 다리를 다쳐 입원한 친구 하은(김시은)이 죽게 되는 여럼풋한 꿈을 꾸고 일어나 오랜 기간 하은에게 느꼈던 내밀한 감정을 고백하고자 다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하은에게로 향한다. 하지만 둘의 관계는 서로 간의 여러 오해와 실수들로 삐걱대며 틀어지게 되고, 다투는 것을 끝으로 하은과 헤어진 세미는 잠시 후 하은의 또다른 친한 친구인 다혜에게로부터 하은이 행방불명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삶과 죽음, 그리고 상실과 사랑에 관한 긴 서정시와도 같다고 할 수 있는 이 영화는, 2014년 한국에서 일어났었던 비극적인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이지만, 장면 곳곳에 배치되어있는 다소 명백한 비극의 암시(일부의 예로, 종반부에 세미와 하은이 헤어지는 장소 근처에서 장례식이 치러지고 있다는 설정이라던지, 하은이 물컵을 투시하는 시점으로 본 세미의 모습이 마치 물에 잠겨있는 듯 연출된 장면 등)를 감안하더라도 단순히 과거에 있었던 실제 사건을 조명하는 것에 그치는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이 영화는 하은의 다른 친구들과 함께 잠시 행방불명된 하은을 찾아다니면서도 하은의 메모장에 적혀있던 ‘훔바바’(세미에게 질투심을, 더 나아가 하은과의 갈등을 유발하는 미지의 인물이다)라는 사람의 정체를 탐색하는 세미를 따라가면서 미스터리와 서스펜스의 요소를 차용하는 방식으로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시키는 장르 영화의 성질도 미미하게 띄고 있는 한편, 두 사람이 서툰 감정의 표현 방식을 극복하고 마침내 서로의 갈등을 해결하는 부분을 통해서는 성장 영화의 측면에서도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영화의 연출을 맡은 조현철 감독은 이 영화가 단순히 하나의 주제만을 가진 일차원적인 영화가 되기를 원치 않았고, 여기에 더해 이 작품이 단편적인 이야기로 구성되기를(그리고 관객들에게 보이기를) 원치 않았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또다른 노력으로 감독은 수많은 상징적인 이미지들을 도처에 심어놓는 한편, 빛의 노출을 적절히 조정시키는 것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여 꿈과 현실이라는 경계를 희미하게 만들고, ‘삶’, 그리고 ‘죽음’과 같은 각각의 상징으로 대변되는 듯했던 ‘세미’와 ‘하은’의 위치도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만들어 역전시키는데, 이는 꿈속에서 ‘나’인 세미가 ‘너’인 하은으로 바뀌어 '나'와 '너'의 경계가 희미하게 된 상태로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게 되는 초현실적인 장면을 통해 극대화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에서 연출자의 명확한 제작 의도가 결여되어 있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조현철 감독은 이 영화를 두고 ‘세미’가 이 영화의 배경이 된 사건 이후 현실에서 상심을 극복하지 못하고 멈춘 시간 속에 속박된 채로 사는 ‘하은’을 끄집어내는 이야기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관점으로 볼 때 결국 이 영화는 연출자가 ‘나’가 되어 끝내 구원받지 못하고 상실된 ‘너’라는 여러 영혼을 끌어내어 위로하는 영화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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