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금숲

금숲

2 years ago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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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론코 빌리

영화 ・ 1980

평균 3.6

서부의 평야를 구경조차 해본 적 없는 동부 끝자락 뉴저지에서 온 신발장수, 은행원, 불법 진료를 하던 의사, 탈영병, 원주민과 결혼했기에 원주민이 되어버린 백인, 거대한 유산을 물려받을 상속녀 모두가 서부극에서 그저 표층만 남은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그것이 결국 속 빈 껍데기에 불과할지언정) ‘우리’가 될 수 있다면. 영화의 대사처럼, “원하는 대로 뭐든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영화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인간의 본질은 사회적 관계의 앙상블”(마르크스)이라는 말을 떠올려본다. 이스트우드는 분명 영화가 근대 세계의 ‘근본 없음’을 드러내고 또 역설적으로 그를 통해 인간과 세계의 화해를 주선할 수 있는 환영이라고 분명히 믿고 있는 것 같다. 설사 그 자신이 실제로 그것을 믿고 있지 않더라도 그의 영화는 그러한 믿음을 우리에게 전한다. 우리를 매혹시키는 환영으로서의 영화가 필요하다면 분명 이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 숏에서 이스트우드가 카메라를 바라보며 ‘세기의 아이들’에게 전한 말대로,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거짓말 하지 말고, 잠들기 전에 기도하며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