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JE

JE

4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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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3

시리즈 ・ 2021

평균 4.0

겜알못으로서 <레드 데드 리뎀션 2>를 플레이를 하면서 신선했던 것 중 하나는 제법 현실적인 (동시에 잉여적인) 설정들이었다. 단지 말을 타고 서부를 내달리는 낭만 너머 말을 씻기고 빗기고 먹이는 일, 스튜나 사냥한 고기를 먹으며 체중을 유지하는 일, 덥거나 추운 곳을 가면 그에 맞춰 옷을 갈아 입어야 하는 일, 주기적으로 이발과 면도를 하고, 또 총기 손질을 하는 일 등등. 게임의 스토리나 플레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닌데다가, 어쩌면 귀찮기까지한 요소들이건만 서부를 살아감에 있어 당연한 것들을 재현하려 한다. <1883>도 유사한 지점이 있다. 마차를 타고 서부를 횡단한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서부 시대의 '자유'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말하자면 '서부를 살아간다'는 풍경을 다시금 새기려 한다. 다소 감상에 도취되는 듯한 분위기나 문학적인 내레이션, 반복해서 자유 운운하는 노골적인 대사들이 개인적으론 외려 아쉽지만, 서걱한 서부에 깊이 스민 상실의 정서를 도무지 미워할 수 없을 뿐더러 낭만적인 풍경 너머 처절한 생존의 땅이 되는 <1883>의 서부는 분명 새로운 매혹이다. 횡행하는 폭력과 도처에 깔린 무법자들로부터의 자기 보호는 당연하거니와, 그저 짐을 이고 강을 건너는 것조차 크나큰 도전이 된다. 물과 음식, 기후 변화, 질병, 맹수와 뱀. 모든 사소한 것들이 위협이 되고, 매 하룻밤이 삶과 죽음의 기로가 되는 여정. 특히 그런 정서와 풍경이 뒤엉켜 펼쳐지던 4화 엔딩에서의 '월광'은 도취적인 풍경이라 할지라도 도무지 홀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별 수 없이 서부라는 시공간에 대한 매혹을 기반한 만큼 온전한 탈낭만이 될 순 없을 테고, 그 시도 또한 충분하다고 하긴 어려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은 어쩌면, 오히려 탈낭만이라는 정치에만 천착하지 않아서) 철 지난 무대의 숨결을 여전히 되새김질하는 <1883>은 퍽 매혹적인 결과물이 아닐 수 없다. 개인적으론 <맥케이브와 밀러 부인>, <믹의 지름길>, <시스터스 브라더스>, <퍼스트 카우>와 같은 서부극들 곁에 두고 싶기도. 그러고 보면, 서부의 외피를 벗겨낼수록, 역설적이게도 그 무대의 잠재성은 오히려 더해지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