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보위와 키치가 '20달러 결혼식'을 치르러 가는 장면. 우연스럽고 과감하면서, 일견 치기 어리기까지 한 결단 속에 머뭇거리는 듯 조심스러운 발걸음, 알 듯 말 듯한 서로의 표정과 눈빛이 오간다. 이때 걸어가는 두 사람의 나란한 뒷모습을 살짝 하이앵글로 잡아내는데, 마치 결혼식 입장 행진 같으면서도 참 쓸쓸하고 숙명적이다. 5달러짜리 결혼 반지와 20달러짜리 결혼식. 가련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꼭 <그들은 밤에 산다>를 집약하는 무드처럼 다가온다. 개인적으로 이때의 뒷모습만큼이나 감상적인 찰나가 또 하나 있었다. 애절한 엔딩에 앞서, 보위가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잠든 키치를 보고자 집을 나서는 순간. 익스트림 클로즈업으로 주변을 살피는 듯 잠시 두리번거리는 보위의 표정이 담기는데, (동료의 배신으로 인해 예견되어 있는 비극을 알아서인지) 처절하면서 다급해 보이는 눈빛이 너무 가슴 아프다. 모르긴 몰라도, 이 시절 감독들의 영화를 보고 있으면 경제적일 정도로 매끈한 흐름 가운데 수 초 남짓한, 스쳐 지나는 숏으로 대뜸 붙들어 매혹해 버리는 것만 같다.
좋아요 7댓글 0


    • 데이터 출처
    • 서비스 이용약관
    • 개인정보 처리방침
    • 회사 안내
    • © 2024 by WATCHA,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