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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층과 피지배층, 탄압하는 자와 억압받는 자, 피해집단과 가해집단 이 부조리한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본 매체들을 볼때마다 늘 생각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이걸 쓴 작가들의 머릿속에서 일본은 상정한 저 두 집단 중에 과연 어디에 위치하고 있을까, 라는 의문입니다. 사실 위 질문의 답은 뻔하겠지요. 저도 딱히 극우니 뮈니 하는데 왈가왈부하고싶진 않고요. 그럼에도 이런 의문을 계속 가지려고 하는 이유는, 이런 부조리한 구도를 다룬 어느 일본 매체 중에서도 피지배층, 즉 피해자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한 작품을 본적이 단 한번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애니를 보기 전에 좀 색다른 기대를 가졌었죠. 이 작품은 그런 여타 매체들과는 다른 무언가를 말할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말입니다. 뭐 이쯤되면 7화에서 에이티식스들이 싸울 필요가 없는데도 자신들이 싸우는 이유에 대한 답변으로 '똑같은 놈이 되기 싫어서' 라는 개똥같은 말을 한 그때 내가 얼마나 실망을 했을지 짐작이 가시는지요. 작중에서 주인공일행은 두번이나 제발로 전장에 뛰어듭니다. 두번 다 존나 쏘쿨하더군요. 그리고 아무래도 좋지만 전부 생존하죠. 이 작가의 의도는 아마 내가 느낀 이 감상과는 거리가 멀겁니다. 작가는 다른걸 말하고 싶었겠죠. 하지만 누가 뭐래도 하나 확실한것이 있다면, 이 작가는 내 눈에 광기로밖에 안 보이는 저 짓을 긍정한겁니다. 무려 작중에서 두번이나요. 그 시점에서 이 작품은 내 마음속에서 끝난겁니다. 그 행위가 얼마나 대의를 지녔던, 긍지를 가졌든, 박애를 추구했든 피해자를 다룬 이런 류의 작품에서 긍정되면 안되는 짓이 긍정된 그때 말입니다. 탁월한 심리묘사나 영화같은 연출은 그저 개살구를 빚좋은 개살구로 만들 뿐이죠. 나는 이 작품의 어느 것도 긍정하고 싶지 않게 됐으니까, 작가를 매도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건 한계지요. 어디까지 관점의 차이고, 이 부조리한 관계가 어떤것인지 제대로 알 수 없었던 작가의 한계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저 이런 라노베 원작 애니에 그런 색다른 기대를 조금이나마 해본 것이 잘못이라면 잘못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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