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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

케이크

7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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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야만의 역사로 거슬러가도 상관하지 않는다

영화 ・ 2018

평균 3.6

학살과 강간이 힙한 농담거리가 되어 버린 시대에서 학살을 재현하기 위해 제작 과정과 관객의 반응을 카메라에 담는다. 검열관은 스필버그처럼 유태인을 구한 선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으라고 요구하거나, 폭력을 적나라하게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것의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며, 학살이 동시대에 진행되는 시대에 과거를 재현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며 회의하고, 또 승전국의 학살은 재현되지 않는 시대에 홀로코스트의 특권적 지위에 대해 의문을 표현한다. 그리고 연출자의 의도와는 달리 대중들은 유태인 학살 장면에 환호한다. 카메라는 그 반응을 담음으로써 학살의 폭력성을 현재와 분리하거나 격리하지 않고 생생하게 스크린 위에 현시한다. 또 검열관을 평면적인 악역으로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 사람들이 공감하는 의문이며 합리적인 논변임을 권위 있는 이름들을 경유함으로써 경청하며, ('나가사키 내 사랑'이란 영화는 없잖아?에서 나도 모르게 끄덕거림) 그에 대한 응답이자 화학적 반응으로서 창조된 극을 스크린 위에 올린다. 연극이 끝나고 검열관이 연출자에게 아프리카 학살의 책을 건내며 다음엔 이걸 무대에 올려보는 게 어떠냐고 묻자, 연출자가 다음 번에는 일상의 무미건조함을 다루는 체호프 단편을 연극으로 올릴거라는 대답하는 엔딩은 의미심장하다. 학살은 오늘 이 순간에도 반복되고 하루하루 살기에 바쁜 사람들의 일상에서 잊혀지며 대중은 개돼지지만 그럼에도 때로는 야만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인간의 폭력성을 기꺼이 재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겠다는 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