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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프릴의 딸'은 아이를 낳게 된 10대 딸을 도와주러 온 엄마, 그리고 아이를 둘러싼 욕망에 대한 이야기다. 죽음 근처에서 피어나는 욕망과 관계를 그린 '크로닉'과는 반대로, 이번에는 생명을 둘러산 욕망을 다루는 미셸 프랑코는 굉장히 인상적인 연출로 영화를 흥미진진하게 전개하지만, 그의 절제된 톤도 결국엔 야생마 같은 이야기를 쉽게 다스리진 못한다. 영화는 긴 테이크들과 상당히 절제된 카메라워크로 사건을 담담하게 바라본다. 하지만 그 적은 구도의 변화들 속에서도 감독은 끊임없는 스토리텔링을 하며, 인물들의 심리와 관계를 계속 그려간다. 그리고 이 긴 호흡을 가득 메우는 배우들의 열연도 한 몫한다. 엠마 수아레즈는 속을 알 수 없는 에이프릴의 욕망을 아주 스멀스멀 올라오도록 연기를 하며 캐릭터에 굉장한 존재감과 매력을 부여했으며, 아나 발레리아 베세릴은 이에 쉽게 당하지 않는 당돌하고 패기 넘치는 딸을, 그리고 엔리케 아리존은 갓 태어난 아이에 대한 사랑과 답답한 현실, 그리고 서서히 다가오는 유혹에 흔들리는 인물을 열연했다. 영화는 에이프릴이라는 팜므파탈 같은 캐릭터를 서서히 묘사해가며, 그녀에 대한 다양한 복선들도 적절히 보여준다. 무서울 정도로 집착과 통제력이 강한 그녀의 성격은 주변 인물들을 통해서도 유추할 수 있으며, 그런 면들이 조금씩 드러나는 광경을 보는 맛이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이야기는 상당히 막장이다. 아주 자극적인 소재를 감독은 상당히 절제된 연출과 톤으로 최대한 무덤덤하고 그럴듯하게 그릴려고 하지만, 결국에는 쌓아놓은 막장 드라마를 깔끔하게 매듭짓는데는 실패한 것 같다. 마지막에 가서는 인물들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렵게 됐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담백하게 전개한 막장 드라마이긴 하나, 결국엔 막장 드라마였고, 미셸 프랑코의 연출도 자극적 폭주를 막을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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