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anissan

스팀보트 빌 주니어
평균 3.9
2026년 01월 31일에 봄
버스터 키튼의 20년대 작품은 모두 훌륭하지만 그중에서도 뛰어나다고 느껴지는 작품 중 한 편인 <스팀보트 빌 주니어>에는 우리가 키튼에게 기대하는 모든 것ㅡ혹은 그 이상의 것이 담겨있다. 여인과의 사랑과 놀라운 스턴트 액션, 가족 사이의 흥미로운 서사와 키튼만의 시선으로 만들어내는 코미디로 이루어진 영화적인 순간까지, 이 영화는 키튼다운 순간들이 모여 발하는 자신만의 빛으로 가득하다. 낡은 보트와 신식 보트를 통해 보여주는 이야기는 마치 당시 자신의 상황을 녹여낸 듯하며 여전히 자신이 좋은 영화를 만들어 낼수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을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화합시키고야만다. 또 영화는 관객의 시선과 인물의 시선을 일치시키거나 어긋나게 함으로써 코미디를 창조하고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어떻게 관객 참여시키고 감정을 이끌어낼 것인지에 관해 이야기 해볼만한 흥미로운 장면으로도 가득하다. 100년이 다 되어가는 영화에 여전히 시네마틱한 순간이 가득하다는 것이 내겐 놀랍기만하다. 그리고 이어지는 마지막의 허리케인 씬은 더욱 경이로운 장면으로 가득하다. 재난 영화를 방불케 하는 규모도 인상적이지만 더욱 인상적인 것은 액션을 내면화하고 서사화하는 솜씨다. 불어오는 폭풍에 맞서 기울어지고 넘어지면서도 자신을 유지하고 나아가며 이미 다 무너진 극장에 문을 열고 들어가 자신만의 무대를 연출해낸다. (이 다 무너진 극장 안에서 기물들을 이용해 생존극을 하는 듯한 씬은 단순히 스턴트 액션을 위한 씬이라기엔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낡은 스팀보트에 도달해 자신이 배운 모든 것을 총동원하면서 또한 자신만의 방식으로 연인과 아버지와 연인의 아버지까지 구해낸다. 그는 결국 위험한 재난마저 삶에 편입시키며 자신을 덮쳐오는 바람과 무너지는 벽과 집, 뿌리채 뽑혀 날아가는 나무, 넘쳐 오르는 강물 같은 수많은 위기를 건너 극복하고 성장해 사회의 일원으로써 바라는 것을 이루고 인정받게 된다. 키튼의 영화는 지금 보아도 놀라운 순간으로 가득 차 있다. 그 놀라움은 위험천만한 스턴트 액션의 대한 반응이 아니라, 자신을 완전히 녹여내며 자기만의 세계관을 창조해 시간을 초월한 예술가가 이뤄낸 결과다. 아마 우리의 영원한 주니어이자 자신만의 몸짓으로 성장하는 키튼의 영화가 식상하게 느껴지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그의 몸짓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몸짓과 다를바 없기 때문이다. 나는 키튼이 항상 비슷하고 이전과 다를바 없는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결국 그 다르지 않음에 감탄하며 영화를 감상하게 된다. 그의 영화는 그런 다를바 없는 부족한 삶으로 만들어낸 독창적인 예술이다. 그는 스턴트 코미디를ㅡ비판과 비관적인 시선없이도 ㅡ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최초의 시네아스트중 한명이며, 영원히 위대한 아티스트로 불릴 몇 안되는 인물 중 하나다. 짧은 전성기임에도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이 다 그렇겠지만 이 위대한 영화인에게 남길 말은 사실 이런 찬사와 사랑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