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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불타오를 때, 핏빛 바다가 밀려오네.' 스탈린의 붉은 숙청이 시작되던 해, 한가로웠던 마을에 암운이 드리운다. 밝은 천연조명과 목가적 풍경에 해학이 넘치는 연출 너머 날카로운 시대에 대한 직시가 스몄다. 평화로운 전반과 폭력의 결말이라는 극단적 연출로 시대의 광기를 짙게 그려냈다. 제목 '위선의 태양'은 스탈린의 공산주의와 독재를 상징하고, 이야기는 태양의 열기에 불타버린 민초를 암시한다(영제 'Burnt by the Sun'도 훌륭하다). 동시에 상부의 체포지시를 알리러 왔다지만, 사실은 복수를 위해 온 드미트리의 '위선'을 의미하기도 한다(초반 깨진 유리 근처에서 신발을 벗는 고토프에게 주의를 주지 않고 응시하기만 하는 드리트리의 모습은 소름 돋는 감독의 메타포 장치). 천천히 위선의 태양이 떠오르고 거울에 비춘다. 당신은 경례하는가, 침을 뱉는가. 거울에 비친 너 자신을 보라. 그리고 독재와 독선을 경계하라. 감독은 직접 영화사를 차려 해외투자를 받아 제작과 감독을 하고 주연 고토프 대령 역까지 맡았다. 심지어 감독의 실제 여섯 살 된 딸 나디아를 영화의 주요 매개체인 고토프 대령의 딸(나디아)로 출연시키기까지 했다. 아이의 시선으로 격변기의 역사를 응시한다는 점에서 스페인 영화 <마리포사(2000)>, <까마귀 기르기(1976)>, 스티븐 스필버그의 헐리우드 영화 <태양의 제국(1987)> 등과 연결된다. 또한 비슷한 작법의 <인생은 아름다워(1997)>는 이 영화에서 영감을 얻지 않았을까. - 2012.05.04. / 2021.03.06. 다시 봄. 오프닝 자막에 작은 무대의 연주자들과 춤추는 관객을 실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렸던 작은 장에서 본 적이 있어 흥미롭다. '난 이렇게 믿어. 내게 삶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면 누구에게도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이야. 우리 모두들 다 사라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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