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이승빈

이승빈

5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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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아이들 (은비적각락)

시리즈 ・ 2020

평균 4.0

오랜만에 본 중드. 끝에 있는 분기가 공식과 비공식의 서로 다른 두 결말로 나뉘어질 수 있었고, 그것이 서로 다른 매체의 궤적에서 이어졌다는 점이 - 중국사회의 이중적인 감정구조에 대한 몇몇 분석과 겹쳐져 - 흥미롭게 느껴졌다. 은비적각락은 11화의 끝에서 '일단' 모든 서사를 종결한다. 최소한, 해당 에피소드의 크래딧이 올라가며 지속되는 불타는 소리가 '아이들'의 종결임은 분명하다. 또한 그 이전과 이후가 결코 같을 수 없으리라는 점에서도 11화는 극의 마지막을 위한 전조라기보다는, 마지막 그 자체로 성립할 수 있는 요건을 갖췄다. 반면 공식판의 최종장인 12화는 억지스럽다. 일부러 (죽이고, 살리고) 하는 과정은 이전 회차가 이미 지었던 종결을 억지로 연장하는 격이다. 그 연장에서 이 극의 장점이던 서사의 속도는 느려지고, 캐릭터의 밀도는 옅어진다. 이것이 중국 상업영화들에서도 보였던 것과 동일한, '사회 전체'가 진일보하고 있음을 보여줘야만 하는 '전체 사회'의 개입에 의한 부조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애초에 극의 시대 설정과도 연관되어 있을지 모르겠다.) 뒤이어 본편의 1년 후 별도로 공개되었다는 번외편을 보았다. 그런데 번외편에서 본편의 이전 시점 서사로 배치된 것은 공식결말로서의 12화가 아니라 비공식적이지만 일정한 결말로서의 성립요건을 갖췄던 11화의 마지막이다. 12화의 내용은 번외편에서는 다시 삭제된다. 그렇다면 번외편은 원래의 결말 의도가 11화와 번외편의 그것이었으며, 12화는 일정한 타협의 '공식' 결과물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심증을 굳히는 증거가 된다. (그렇다면 작품의 이중 결말 구조가 과연 이중 구조화된 사회의 수용자들에게 과연 그대로 닿았을지, 혹은 비껴갔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