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샌드

샌드

3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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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영화 ・ 1998

평균 3.7

바이러스로 인해 격리된 인간의 고독과 그로 인한 공포 속에서 한줄기의 빛처럼 느껴지는 두 사람의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구멍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활용해 풀어갑니다. 차이밍량의 다른 영화처럼 느린 진행과 적은 대사량, 그리고 그레이스 쟝의 노래에 맞춰 춤추는 뮤지컬적 장면이 특히나 인상적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차이밍량은 언제나 그렇듯 사라지는 공간과 지나가는 시간에 대한 공기와 분위기를 정말 잘 잡는 감독이기도 합니다. 새천년의 시작을 앞두고 당시 사람들이 느꼈을 법한 아쉬움, 외로움, 혹은 두려움을 바이러스라는 재난 영화의 설정을 끌고 와서 흥미롭게 전달합니다. 대사가 많지 않아 오히려 전해지는 것들이나 이야기가 속도가 빠르지 않기에 오롯이 느껴지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점이 역시나 차이밍량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갑자기 등장하는 노래 씬들이 다소 이상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훌륭한 엔딩 장면을 생각하고 다시 돌아보면, 어둠 속에서도 밝은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노래 장면들이 왜 들어갔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세기말에 대한 영화지만, 바이러스로 인한 격리나 마스크를 쓰는 등에 대한 건 코로나와 그 이후의 지금을 마치 예견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언제나 좋은 영화는 시대를 타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하게 되면서, 오히려 이 영화는 지금 보면 가장 좋을 법한 영화처럼 제겐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