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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이

각설이

4 years ago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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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킹키부츠 라이브

영화 ・ 2020

평균 4.2

내 돈 주고 제대로 된 뮤지컬(물론 이것도 촬영본이므로 엄밀히 말해서는 제대로 된 뮤지컬은 아니지만)을 본 게 이번이 처음이다. 처음부터 볼 생각으로 본 건 아니고, 친구들끼리 모였는데 식당 예약까지 시간이 비어 볼 영화 없나 보다가, 시간도 딱 맞게, 마침 상영관이 있길래 보았다. 원래 다른 친구는 <앵커>를 제안했는데, 며칠 전에 유튜브 소개 영상을 봤을 때 영 아니었어서 이걸 보자고 했다. 그건 반대로 유튜브에서 한국 배우의 라이브를 봤던 기억이 긍정적으로 남아서. 그 기억대로면 자막은 실제 번역 대본을 좀 고친 것 같았다. 찰리나 로렌 역의 배우도 괜찮았지만, 역시 압권은 롤라(사이먼). 노래는 뭐 다 잘하고, 중요한 건 연기다. 그 누구보다 여성스러운 연기, 그 누구보다 남자다운 롤라. 몰입도 최고. 우리가 어떤 창작물, 예컨대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 등을 볼 때, 비현실적인 점이 있음에도 모른 채 넘어가거나 몰입이 깨지지 않는 것을 '불신의 유예'라고 하는데, 사실 뮤지컬은 그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장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문학은 감각이 결여돼 있어 뇌가 공백을 채운다. 영화나 드라마는 연출, 연기, 각종 후처리로 실제처럼 양념을 친다. 연극은 한정된 공간에 비현실적 어조로 얘기하지만, 우리 바로 앞에서 벌어진다. 뮤지컬은? 뮤지컬 속 사람들은 노래로 대화를 한다. 그런데도 노래와 연기 실력이 받쳐준다면, 우리는 불신을 유예한다. 예술은 한없이 실제를 재현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허구를 실제라고 믿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카메라 연출, 컷편집이 좀 있기에 영화적 장점이 더해지긴 했지만, 어쨌건 이 킹키부츠는 그러한 테크닉이 돋보이는 뮤지컬이었다. 정신없이 빠른 호흡, 이게 뮤지컬의 평균 호흡인지는 모르겠지만, 귀가 즐겁게, 무대에 내가 잘 스며들 수 있었다. 진짜 관객처럼. 모든 것이 결과적으로 너무나 잘, 쉽게 풀리는 동화 같은 이야기지만, 누구나 노래에 빠지면 동화 속 주인공이 되지 않는가? 그걸로 충분했다. 재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