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주성치의 처음 *스포일러 포함. ​ <벽력선봉>은 주성치가 주연급으로 출연한 첫 영화이다. 코미디언으로서의 주성치의 개성이 드러나기보다는 열심히 연기에 임하는 신인배우로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영화 자체는, 우주 최고의 영화였어, 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주성치의 데뷔작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는 나에게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이 영화가 바로 주성치의 처음, 주성치의 역사는 이런 식으로 시작됐구나, 하고 혼자서 속삭이게 되는 것이다. 좋아하는 누군가의 처음, 시작을 알게 되는 것은, 특별하지 않을 수 없다. ​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열혈형사 장철주는 차를 훔치는 꼬맹이를 발견해 체포하게 된다. 이후 무장강도 사건이 발생하고 그들이 사용한 차가 꼬맹이가 훔친 차라는 것이 밝혀진다. 꼬맹이는 무장강도 패거리의 말단으로서 차를 훔친 것뿐이지만, 경찰 상부에서는 꼬맹이를 무장강도의 주된 범인으로 확정하려 한다. 장철주는 이를 막기 위해 꼬맹이를 설득하고, 두 사람은 무장강도를 체포하기 위해 협력한다. ​ 영화의 큰 줄기는 두 가지 정도로 정리될 수 있다. 하나는 장철주와 그의 상관 루 경위의 갈등구조이고, 또 하나는 무장강도를 체포하기 위해 투닥거리며 협력하는 장철주와 꼬맹이의 이야기이다. 범인을 잡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 장철주와 달리, 루 경위는 경찰업무의 본질보다는 위계질서에 집착하는 인물이며, 정의의 구현보다는 사건을 서둘러 종결짓는 것만을 목적으로 한다. 루 경위가 꼬맹이를 범인으로 특정하고자 하는 것이 영화에서의 가장 주된 문제가 되는데, 그는 장철주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도 사사건건 걸림돌이 된다. 두 사람의 갈등은 경찰조직의 부조리한 면모를 드러내며, 루 경위와 장철주의 대비되는 모습은 이상적인 경찰다움에 대한 주제의식 또한 드러내고 있다. ​ 한편, 꼬맹이는 무장강도 패거리 내에서는 매우 미미한 지위에 머물러 있었다. 차를 공수하는 정도 말고는 작전에 끼워주지도 않았다. 그러나 장철주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흥미롭게도 처음부터 끝까지 대등한 위치를 유지한다. 처음 차도둑으로 체포될 때부터 함께 무장강도를 체포할 때까지, 결코 장철주보다 아래의 지위로 격하되지 않는다. 오히려 파트너의 지위까지 가져가게 된다. 자신이 끼고 싶었던 무장강도 패거리에서는 겨우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렀던 꼬맹이는 오히려 경찰에 체포된 이후로, 장철주를 만난 이후로 자신만의 역할을 부여받아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유머에 대해서는, 주성치의 장난스러움을 전혀 엿볼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영화 속의 역할들에 비해서는 확실히 부족한 감이 있다. 주성치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가 아니기 때문인 듯하다. 기타 다른 영화에서는 대부분 주성치를 원톱으로 세워놓기 때문에, 주성치가 잘해내는 유머들을 거의 넘칠 정도로 배치한다. 그러나 <벽력선봉>은 장철주라는 열혈형사가 그 중심에 서있기 때문에 유머보다는 우직함, 열정, 정의로움 등에 더 집중한다. ​ 스포츠에서는 가장 잘하는 선수를 중심으로 전략을 짜는 경우가 있다. 주성치도 그 특유의 재능 덕분에 주성치의 색깔이 듬뿍 들어간 영화들을 많이 찍을 수 있었다. 1년에도 몇 편씩, 대충 대충 양산형으로 나온 듯 보이는 영화들이 많지만, 한편 한편 찾아보게 되면 충분히 재미있고 매력적인 영화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문득, 한창 때에 그렇게 많은 영화들에 출연했었다는 사실이 축복처럼 느껴진다.(지금은 전혀 배우로 출현하지 않는 아쉬움을, 수많은 옛날 영화들을 돌려보며 달랠 수 있으니까) ​ 주성치의 첫 주연작이 아니었다면 아마 볼 인연이 없었겠지만, 그렇게 나쁜 영화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재미 없어, 하지만 조금만 더 버티자, 하는 식으로 참으면서 볼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우주 최고의 영화도 아니었다) 주성치의 팬이 아니라면 이 영화를 찾아보려는 사람은 없을 것 같으므로, 주성치의 팬에게만, 이 영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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