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성규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평균 2.9
드라마라는 매개체가 영화보다 더 많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은 연출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보다 긴 호흡으로, 세세하고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점에서 이 작품은 거의 쓰레기에 가깝다. 감독의 전작은 1화에서 엄청난 임팩트를 주고 후반부에 힘이 빠지는 느낌이었다면 이 작품은 처음부터도 그렇고 시간이 지나도 연출에 흡입력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 나름 클래스 있는 배우들, 이제 모든 사람들이 알아볼 만한 이름 있는 조연 배우들 그리고 근래 충무로 라이징 루키들까지 모조리 끌어다가 출연시켰지만 연출 부분에서 도저히 흥미로운 부분들이 느껴지지 않는다. 지긋지긋한 교차 전개는 도대체 왜 존재하는 건지 작품의 중반부를 넘어서도 도저히 모르겠고, 난잡한 타임라인과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건 우울함 아니면 짜증 나는 장면들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틀 전에 봤던 삼류영화도 2시간 조금 안 되는 시간에 스토리 라인이라는 게 있고 최소한 '장황하다'라는 표현은 안 써도 되었는데, 이 작품은 3시간가량을 쳐다보고 있어도 스토리 라인이라는 건 전혀 보이지 않고, 모든 장면들이 겉멋과 산만하며, 두루뭉실하고 애매모호한 장면들 밖에 보이지 않았다. 장르가 미스터리라고 치자. 그럼 그 미스터리 장르를 관람하는 동안에 흥미로운 전개들과 궁금증을 유발하는 요소들이 쟁점을 이루어야 하는데 1화만 봐도 지친 상태에서 2화 3화 4화가 되어도 스토리의 진전이라는 게 보이지 않는다. (<화차>가 정말 대단한 작품이라는 게 새삼스레 느껴진다) 3화 초반부쯤에서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고 끌려다가 그래도 후반부로 가면 '뭐라도 존재하겠지' 싶어서 계속 쳐다보다가 5화 초반 장면의 도를 넘어서는 "드라마적 허용"에서 시간이 아까워서 그냥 하차했다. 뒤에 무슨 반전이 있을 런지, 고민시는 왜 계속 치명적인 척하는 할리퀸 흉내를 내는 건지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초중반부 자체가 엉망진창인데 결말만 번지르르한들 평가가 뒤집힐 리도 없고 그럴만한 요소도 하등 보이지 않는다. 애초에 뒤에 무슨 놀라운 전개가 기다리든, 다른 시청자들이 극찬할 만한 요소가 있든지 말든지 알고 싶지도 않고 상관이 없었다. 나는 연예인들 음주운전 뉴스 볼 때마다 언론이나 네티즌들이나 왜 그렇게 난리 법석들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조금 쉬다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마냥 작품 활동 버젓이 해댈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