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오세일

오세일

2 years ago

4.5


content

이센셜 킬링

영화 ・ 2010

평균 3.4

신의 말씀을 오독하는 자들에 의해 세뇌 당해 벌인 범죄라는 사실을 영화는 전제하지만, 결코 세뇌의 당사자인 남자를 옹호하지 않고 오로지 그러한 판단 전에 목도해 있는 생존의 문제에만 시선을 고정시킨다. 또한 갑작스럽게 펼쳐진 탈출의 기회를 마주하지만 생존의 한계를 느끼고 다시 스스로 포로가 되기를 자처하며 되돌아갔음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도주의 욕망을 느끼며 사람을 죽이고 차량을 탈취하는 남자를 비춘다. 하지만 남자의 그러한 행위에서는 이상하리만치 그의 악행보단 생존의 본능이 더욱 강조된다. 감독은 영화에 다방면의 텍스트를 함유시키는 순간, 영화 스스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길을 잃을 것이라는 패착을 이미 파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정치적 식견을 따지기 이전에 메인 키워드인 '생존'에만 집중을 한 결과, 앞서 언급한 듯이 <이센셜 킬링>에는 오로지 생존에 대한 한 인간의 본능만이 차가운 설원 한가운데에 던져지게 된다.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남자의 생존에 대한 사투 직후 버드 아이 뷰로 비추어지는 끝없는 설원의 풍광은, 대자연의 위압감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간의 나약함을 서늘하게 예고하는 듯하다. 유일하게 그에게 호의를 베푼 여자는, 귀머거리라는 이유로 남편에게 하대 받고 멸시받는 존재였다. 그렇다면 영화의 이 모든 상황은 결국 결핍이 불러일으킨 지옥도인 것인가? 과연 남자 또한 신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어떠한 이유가 있었을까? 다만 하나 확실한 것은, 그 이유가 무엇이든지 간에 그의 행위는 결코 신이라는 이름 앞에서도 구원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생존의 갈망이 아무리 자연스럽고 당연한 본능이라 할지라도, 인간의 추악함을 정당화시켜주는 무기는 결코 아닐 것이다. 영화는 이처럼 본능과 윤리 사이의 딜레마에 놓인 인간의 내면에 대한 실험을 탁월한 미학으로 성공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