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영원히 지울 수 없는 피의 낙인이 점점 더 붉어져 스멀스멀 피어나는 폭력을 조금이라도 억누르고자 이를 악물었을 땐 이미 이다지도 늦어버린 악의 쳇바퀴. [이 영화의 명장면 🎥] 1. 오근이 등장 오프닝까지만 해도 하늘을 활개치던 새 한 마리가 잘 날다가 푸드덕거리더니 이내 땅으로 고꾸라진다. "지X하고 자빠졌네" 성악과 표 일침을 날리시는 교수님과는 달리 연탄재로 샤워를 하고 온 듯 까무잡잡 피부를 자랑하는 오근이 형님 등장이요! 어깨에 고양이를 매달은 낸시랭을 이어 허리에 죽은 새들을 걸어놓는 전설적인 오근이! 오달수의 미친 연기가 도움을 준 덕분인지 이 캐릭터는 오랜만에 강렬하게 인상적이다. 윽 주머니에 쥐는 왜 넣고 다니고 왜 그렇게 애들을 잔인하게 보내... 뜨거워서 고구마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호호 불고 차 안을 들여다보기 위해 침을 뱉고 창문을 닦아내는 그가 더럽지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뭘까. 2. 삼겹살 지금부터 군침이 돌 수밖에 없는 먹는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나 점심 먹게 도와준 건 고마운데 가만 보면 조금 역하다는 느낌도 든단 말이야. 다들 맛나게 잘 먹고 있는데 왜 교수님한테는 생고기 두 점에 생마늘까지 얹어서 주는 거야. 그걸 또 받아먹는 당신은 또 무엇이고. 어쩌면 생고기를 씹는 역겨우면서도 질긴 식감이 폭력이 깃들여진 우리 사회에서 스스로가 느끼는 고통을 나타내는 것일지도. 3. 몸부림 고통을 지속적으로 선사함으로써 다른 한쪽에서는 복수의 칼날이 갈리고 있다. 꼭 자신을 괴롭히는 그들을 뒤엎고 더 이상의 시련을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재(김시후)가 결국 폭발하고 만다. 열심히 남 몰래 운동에 전념했던 현재는 손 쉽게 악당들을 물리칠 수 있었으나 거기서 더 나아가 들끓는 욕망에 사로잡혀 그들을 모래밭에 묻고 기름을 붓는다. 이를 갈며 간신히 버텨냈던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 그리고 모래밭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치는 우스꽝스럽고 못된 악의 몸부림. 과연 몸부림을 치고 있지 않을 자는 누가 있을까. 4. 골빙이 봉연(이문식) 등 뒤에는 칼로 깊게 베인 듯한 흉터가 남아 있다. 학창시절 지겹도록 봉연을 괴롭혔던 문재(한석규)의 소행으로 보인다. 오랫동안 겪은 시련이 너무나도 억울했는지 봉연은 처음으로 가해자의 입장에 서 문재의 동생을 마구 괴롭힌다. 폭력의 시작은 잔인한 악이며 그 끝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뿐더러 계속해서 되돌아가는 악순환임이 틀림없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예전처럼 다시 수도 없이 때리고 맞을 수밖에. 몰래 악을 품고 있는 자들. 악을 들어낼 수밖에 없기에 폭력을 휘두르는 자들. 절대 짐승처럼 살지는 말자. 절대 무엇을 위해 악착같이 살아가는지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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