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혜빈

혜빈

6 years ago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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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미누

영화 ・ 2018

평균 3.7

내가 만난 미노드목탄은 단 한 번도 노동운동의 투사였던 적이 없다. ⠀ 미누다이는 홀로 네팔 땅에 떨어진 겁없는 나의 유일한 지인이자, 보호자이자, 친구이자, 다정한 큰오빠 같았다. 나의 첫 네팔어 선생님이었고, 첩첩산중 커피 산지에 출장갈 때 마다 근심을 덜어주는 동료였으며, 내가 살면서 결코 생각 해 본 적 없는 이들의 삶과 권리에 대해 처음으로 의문을 던져 준 사람, 내게 있어 네팔의 첫 인상이자 네팔이라는 나라와 동의어인 사람이었다. 언제나 웃었고 유쾌했고, 가끔 울기도 하고 역정도 냈지만 꿈이 있는 사람 특유의 순수함과 대담함이 있었고 긍정의 말로 사람들을 일으키곤 했다. ⠀ 터멜 거리에서 원달러를 달라고 달려드는 꼬마들을 내쫓는 대신 ‘얘네들은 한 번도 사랑을 받아 본 적이 없는 애들이에요’라며 꼭 끌어안고 쓰다듬어 주는 그를 본 순간 내 삶의 경로는 1도 정도 틀어졌다. ‘18년만에 돌아왔는데도 아직 가난한 고국 네팔과 그 중에서도 더욱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 하고 싶고, 사랑하는 네팔과 한국의 가교가 되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싶다’ 라는 그의 마음과 계획을 들을 때 마다 내 마음도 덩달아 희망으로 두근거렸다. ⠀ 영화 안녕미누는 이토록 개인적이고 단편적인 기억을 넘어 나보다 훨씬 오래, 깊이있고 다채롭게 그와 관계한 이들의 눈과 입으로 다시 그를 만나보는 경험이었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완전하게 경험하고 이해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때문에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지만 내가 경험한 그의 면면과 합쳐져 이 영화의 이야기는 더욱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우리가 그에대해 공통적으로 증언하는 것은 온통 사랑과 긍정과 희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2018년 DMZ영화제 개막작으로 처음 선보였을 당시에는 (당연히) 없었을 그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는 슬프기보다 위로가 되어서 많이 울었다. ⠀ 한국에서 미역이랑 냉면 싸가지고 만나러 가면 달디단 찌아를 한잔 타서 건네주며 ‘한국은 물이 달라서 이 맛이 안나죠-!’하고 장난꾸러기처럼 웃던 그, 히말라야를 뒤에 둔 산골마을에서 별을 보며 노래한자락 해달라고 하면 한 두번 손사래를 치다가 결국 서너곡 구성지게 뽑아내던 그인데 그런 기억은 이제 새로 만들어질 수 없으니 간직하는 수 밖에 없겠지. ⠀ 미누를 사랑하고 그에게 영향 받은 수백 수천명의 사람들 중 나는 점같은 한명이겠지만 이 사람을 내 인생에 둔 것은 분명 내가 받은 복이었다. धन्यवाद 미누다이! ⠀ 미누다이를 만난 적 없는 사람들, 들어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많이 와서 봤음 좋겠다. 이 사람이 없는 만큼 세상은 덜 아름다울테니까, 그 빈 공간에 사랑과 희망과 아름다움을 심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2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