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ekong1922
1 year ago

공원에서
평균 2.8
걷는다. 공원에서. 오후 두 시. 나비가 날아오른다. 텅 빈 70평의 우주가 잠시 생성된다. 24개의 행은 어느 순간 뒤죽박죽 배열이 되고, 셔츠를 벗고 돌에 앉아보거나 해를 쳐다보기도 한다. 여자는 책을 펴고, 다시 닫는다. 분수는 햇빛의 순환처럼 부서질 듯 소리 지르다가 다시 멈춘다. 길, 골목, 호텔 그리고 강물소리가 종소리, 군고구마 아저씨, 자연의 울음소리로 치환된다. 움직임과 멈춤. 간단하고 우리에겐 관념적으로 자세한 호흡들이 재배열되고, 해체된다. 10분의 리얼타임을 90분으로 해체하고, 다시 재배열되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텅 빈 우주는 어디 있는가? 멀리 있는가? 당신은 지금 어디를 밟고, 어떤 호흡을 - 어디서 하고 있는가? 오후 2시에 밤산책은 불가능한 것인가. 손구용은 궁금해한다. 그래서 걷는다. 꼿꼿이 서 있는 고개의 관절을 꺾은 채로 말이다. 손구용의 삐딱한 산책을 응원한다. 계속 그렇게 걸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