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의 죄책감과 가족의 집단 트라우마 그리고 운명공동체. ============== 《레이첼, 결혼하다》(영어: Rachel Getting Married)는 앤 해서웨이, 로즈메리 디윗, 빌 어윈, 데브라 윙거등이 출연하고, 조너선 데미이 감독을 맡은 2008년에 개봉한 미국의 드라마 영화이다. 조나단 드미가 제작 겸 연출을 맡고 라라랜드, 드라이브의 제작자 마크 E. 플랫이 제작을 맡은 영화다. 제65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 가장 잔인하게 상처주지만…기댈 수 밖에 없는 그 이름, ‘가족’ 약물중독으로 재활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문제아 ‘킴’(앤 해서웨이)이 언니 ‘레이첼’(로즈마리 드윗)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온다. 흥겨운 음악과 유쾌한 웃음 소리가 가득한 결혼식 준비 현장에 이혼한 아빠와 엄마까지 한자리에 모였다. 뿔뿔이 흩어졌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또다른 가족의 탄생을 축하하는 그날, ‘킴’의 끊임없는 돌출행동과 과거의 사건으로 원망이 가득한 그들은 또다시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고 마는데.. ------------------- [레이첼 결혼하다]에서 타이틀 롤 레이첼은 이 영화의 주인공이 아닙니다. 진짜 주인공은 한동안 마약중독자 요양원에 갇혀 있다가 언니가 결혼하는 걸 보려고 잠시 집에 들른 말썽쟁이 동생 킴이지요. 이 영화의 최고 스타인 앤 해서웨이가 연기하는 캐릭터도 레이첼이 아닌 킴입니다. 제목이 내용과 은근히 어울려요. 마땅히 신부가 주인공이어야 할 이야기에 비집고 들어와 주인공 행세를 하는 들러리 이야기니까요. 킴이 돌아오면서 무슨 일들이 일어날까요? 음, 전형적인 선댄스 가족영화를 상상하시면 되겠습니다. 이 영화의 각본은 장르의 규칙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으니까요. 가족 행사 때문에 재회한 사람들이 어색하게 얽히는 동안 지금까지 묻어두고 모르는 척 했던 과거의 상처가 터져 나오는 것이죠. 하지만 전 여기서 내용보다 그 내용을 끌어내는 태도를 지적하고 싶습니다. 이 영화가 다루는 주인공들의 과거는 멜로드라마틱하고 비극적이에요. 충분히 집중 공략해도 됩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를 결혼이라는 커다란 그림 안에 유기적으로 통합시켜 다루고 있어요. 이들의 과거는 현재 진행형인 결혼식의 흐름에 섞여 자연스럽게 튀어나왔다가 다시 안으로 들어가고 잠시 수면 밑을 맴돌다가 예상치 않은 순간에 갑자기 터져 나오기도 합니다. 여전히 이들이 설정한 사전 계획은 눈에 들어오지만 그 복잡한 와류는 예상외로 현실세계의 입체성을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결코 잊을 수 없는 과거의 실수에도 불구하고 결국 서로를 껴안고 살 수밖에 없는 가족의 입장을 이처럼 잘 그린 영화도 드물 거예요. 영화의 스타일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군요. 역시 전형적인 선댄스 디지털 영화 스타일입니다. 관객들은 영화가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핸드헬드 카메라가 일으키는 멀미를 견뎌내야 하지요. 단지 영화는 이 게임을 극으로 밀어붙입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몇 명의 결혼식 비디오 촬영기사가 찍은 것 같아요. 그렇다고 영화가 결혼식 버전 [클로버필드]라는 건 아니고 전체적 인상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게 아주 효과적으로 쓰여서 종종 정통적인 접근법보다 더 결과가 좋습니다(특히 킴과 킴의 엄마가 나오는 후반부의 폭발 장면을 보세요). 심지어 영화는 음악도 라이브로 쓰고 있어요. 결혼식에 초대받은 음악가들이 끊임없이 카메라 안이나 밖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죠. 얼핏 보면 단순한 아이디어지만 역시 결과가 좋고 이를 현실화시킨 음향기사들의 노고에 찬사를 보내게 됩니다. 조나단 드미의 경력을 생각해보면 [레이첼 결혼하다]는 (좋은 의미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이상하게 젊은 영화입니다. 하지만 드미 정도의 경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서 디지털 영화의 매력에 빠지지 말라는 법도 없고, 이런 식의 영화가 특정 스타일과 주제에 수렴되는 것 역시 당연하지요. (09/02/13) DJUNA 기타등등 각본을 쓴 제니 루메트는 시드니 루메트의 딸. 중간에 나오는 "식기 세척기 소동"은 시드니 루메트와 밥 포시 사이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