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석
1 month ago

구름 아래
평균 3.5
코 앞까지 뒤쫓아 온 절멸의 얼굴을 망망히 마주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 사이 만연히 퍼진 시대적 불안감의 유형학적 이미지 컬렉션이자, 문명의 잔해 속 파묻힌 이 영화를 발굴해 보고 있을 내일의 당신을 위해 미리 써 내린 유서. 과거의 완결성을 담지하는 흑백 이미지로 상황이 일어난 후에야 순간을 되짚는 기록 행위들의 연장으로서 영화의 무력함과 역량을 보게 하는 작품. 그렇게 영화는 아직 도래하지 않은 종말을 회고한다. 동시에, 멜랑꼴리한 이미지들에서 배어 나오는 아스라한 아름다움이 꼭 폐허를 포르노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은 순간들이 더러 있는데, 그 터무니없는 미화야말로 기실 동시대를 그렇게 기억하고 싶은 우리의 눈과 맞닿아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