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JE

JE

4 years ago

4.5


content

해피 아워

영화 ・ 2015

평균 4.0

"남을 배려한다고 내 몸을 너무 작게 잡으면 자신이 중심을 잃고 넘어질 수 있어요." 내 몸의 크기는 어느 정도였을까 싶어 바다처럼 쓸쓸해졌다. 타자는 대체 누구인지, 나는 어때야 하는지, 행복은 무엇인지, 이해와 사랑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제법 유구한 고민이지만서도 별 수 없이 쓰린 마음으로 더듬게 된다. 긴 러닝 타임이 무색할 정도로 흡인력 있게 호흡을 이끄는 <해피 아워>는 터널 너머의 작은 풍경으로 향하는 오프닝의 모노레일처럼 어느 관계의 소실점을 향해 유유히 다가선다. <열정>의 확장판 또는 <큐어>의 멜로 버전처럼도 보이는 <해피 아워>가 말하는 삶과 관계는 여전히 위태롭고 아슬아슬하다. 평온해 보이면서도 살얼음판 같은 균열 위에 놓여 있다. 사라진 친구처럼, 부러진 한 쪽 다리처럼, 이혼하려다가 혼수상태가 된 남편처럼, 기우뚱한 삶의 무게중심에 기대어 꿋꿋이 버틸 뿐이다. 사소하게 어긋나는 관계 안에 점차 스며드는 다층적인 감정의 결도 놀랍지만, 마치 <큐어>적인 캐릭터들이 불현듯 댕기는 내면과 타자라는 심연도 꽤 저릿하다. 일견 노세의 소설처럼 순간을 스쳐 보내는 기나긴 시퀀스들 속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인식인 듯하면서도, 상상선을 넘나들고 오즈 같은 정면 숏이나 과잉된 O.S 등 부지런한 카메라와 편집이 매순간을 붙들며 우카이의 워크숍마냥 미묘하고 생경한 감각을 아로새긴다. 이따금 캐릭터의 얼굴마저 지워버리는 극단적인 역광이나, 풍성한 협주였다가 처연한 피아노 솔로였다가 하는 음악까지. 조곤조곤한 대사 장면의 연속 가운데 외려 풍요로운 연출이 돋보인다. "어떻게 하면 내가 행복한지 알았다"던 의미심장하면서 서늘하기도 한 준의 남편 코헤이의 대사에 적확한 타이밍으로 끼어드는 전철 소음과 속도감 있게 지나치는 그 전철의 모습은 우연일까, 의도된 연출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