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최승필

최승필

3 years ago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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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책 ・ 2022

평균 3.9

작년 연말에 우연히 연달아 읽었던 3권의 소설을 연휴중에 정리하고 싶어져서..세번째 독서메모.. <소년이 온다> (한강, 2014) <철도원 삼대> (황석영, 2020)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2022).. 소설가 정지아는 실제로 ‘빨치산의 딸’이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자전소설인 셈이다..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무거운 상황임에도 소설의 분위기는 밝고 경쾌하기까지 해서 당혹스럽지만 독특한 매력을 선사한다.. 친척분들의 전라도 사투리를 자주 듣고 자란 나로선 활자화된 사투리들이 실제 귀에 들리는 듯해서 그 감칠맛 나는 리듬감이 정겨웠다.. 하지만 작가 정지아의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 땅에서 빨치산 가족의 이야기는 필연적으로 가족만의 이야기일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은 물론 자식의 삶까지 지배하게 되는 이 땅 모두의 아픔과 상처일 수밖에 없다.. 작가 정지아는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이 땅의 갈라진 상처를 전혀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한다.. 갈라진 것은 이데올로기일 뿐, 사실 사람들은 갈라지지 않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것이 빨치산 아버지의 삶의 태도였음을 깨닫는다.. 진영논리가 여전히 이 땅의 업보처럼 작동하고 있지만, 정지아의 빨치산 아버지는 선구자의 삶으로 이 땅을 향해 진정한 해방의 길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서로 다른 생각과 주장을 갖고 살더라도 서로 증오하거나 배타하지 않을 수 있음을.. 정지아는 자기가 그랬듯 더 늦기 전에 자기 아버지의 말을 들으라고 이 세상을 향해 조용한 귓속말처럼 권유한다.. “사램이 오죽하면 글겄냐. 아버지 십팔번이었다. 그 말 받아들이고 보니 세상이 이리 아름답다. 진작 아 버지 말 들을 걸 그랬다.” (‘작가의 말’ 중에서) 덧) ‘작가의 말’을 보는 순간 흠칫 놀랐다..내 마음이 그대로 적혀 있어서.. “신이 나를 젊은 날로 돌려보내준다 해도 나는 거부하겠다. 오만했던 청춘의 부끄러움을 감당할 자신이 없으므로.” “쉰 넘어서야 깨닫고 있다. 더 멀리 더 높이 나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행복도 아름다움도 거기 있지 않다는 것을. 성장하고자 하는 욕망이 오히려 성장을 막았다는 것을.” (‘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