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구리

퍼니 보이
평균 3.6
1970년대 스리랑카, 어린 소년인 아지는 리조트를 운영하는 타밀족 부르주아 집안의 아들이다. 남자인 친구들과 크리켓을 하는 것보다 여자인 친구들과의 결혼 놀이에서 신부 역할을 하는 것이 더 재밌는 아지는 친척 어른들에게 '퍼니 보이'라 불린다. 그의 개성을 이해해주는 것은 토론토로 유학을 다녀온 고모 라다뿐이다. 시간이 흘러 80년대 초, 고등학생이 된 아지는 동급생 셰한과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첫사랑을 즐기기 시작한 무렵, 타밀족과 싱할라족 사이의 내전이 발생한다. <퍼니 보이>는 게이 소년의 정체성 탐구와 70~80년대 스리랑카에서 벌어진 민족 간 분쟁을 겹치면서 전개된다. 10여 년의 시차를 둔 어린 아지와 고등학생 아지의 이야기는 종종 과격한 플래시포워드/플래시백을 통해 결합된다. 이는 단순히 아지라는 개인을 통해 스리랑카의 현대사를 반추해보는 역사 서술의 방식으로 채택된 것이라기보다, 역사의 흐름 속에 존재하던 이들을 역사 자체로서 호명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아지의 성적지향을 교정하려는 부모님, 그에 맞서 아지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지켜주려던 라다, 남자답지 못한 아지에게 반감을 가진 형, 코스모폴리탄인 아버지 덕분에 서구권의 퀴어한 문물을 접할 수 있던 셰한, 반군인 타밀 호랑이의 일원으로서 투쟁해오던 제간. 이들 모두는 전통/신세대, 퀴어/비퀴어, 여성/남성, 타밀족/싱할라족 등의 이분법으로 나뉘어 존재함과 동시에, 최종적으로는 모두가 그 경계를 넘어서게 된다. 영화 말미에 아지의 가족은 난민 신분으로 라다가 사는 캐나다에 도착한다. 난생 처음 겨울의 추위와 눈을 보게 된 아지에게 라다는 붉은 털 목도리를 둘러 준다. 아지의 엄마는 그 모습을 보며 "새로운 세계에서는 모두가 자유로운 노예"라 말한다. 역사 속에서 이들의 존재를 규정하는 한 마디 대사가 주는 울림은 <퍼니 보이>가 110분 동안 보여준 주제를 단숨에 관객의 머릿속에 새겨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