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수경
4 years ago

나의 어머니
평균 3.3
엄마의 죽음은 그렇게 찾아올 것이다. 일단 그건 무조건 온다. 그게 임박했다는 걸 꽤 오랫동안 느껴야 할 수도 있다. 그 시간이 길어지는 동안 일상은 굴러갈 것이다. 내가 경멸하던 일터의 동료는 변함없이 혐오스럽게 굴 것이고, 어려운 가족과 또 연애에도 에너지를 할애해야 할 것이다. 자본주의와 예술, 사회 문제에도 정신을 조금씩 빼앗겨야 한다. 할 일이 많은 와중에도 가끔씩 엄마 생각이 날 것이다. 갑자기, 그러다가 가끔씩, 그러다가 틈틈이, 또 가끔씩, 그러다가 극히 드물게, 또 갑자기. 몸이 있는 곳에 엄마 생각이 따라올 테지만, 엄마 생각이 향하는 곳으로 몸을 데려가진 못할 것이다. 그러니까 엄마 생각은 절대 내 몸을 못 이긴다. 힘이 약한 전사처럼 배회하다가 불시에 폭발적인 힘으로 나를 지배할 것이다. 내 일터와 부엌에, 출근길에, 침대맡에 침범해 들어올 것이다. 그리고 그게 마지막일 것이다. 마지막은 한 번 뿐이라 그게 끝나고 나면 서먹한 동창처럼 자연스럽게 멀어질 것이다. 한때 나라는 사람의 모든 구석을 결정지을 정도로 영향력이 강했던 그녀의 존재감이 줄어드는 감각은 너무나 생경해서 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 지 모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