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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과 현실의 줄다리기, 세기말에서 바라본 가상이라는 시스템. 1. 영화의 구조 0)현실 = 시뮬라크르? 1)가상1(교회, 주유소, 수리점) 2)가상2(가게, 공장, 중식당) 2.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 본래 복제란 원본을 복사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원본 없는 복제란 있을 수 없었다. 원본(진짜)>복제(가짜)의 위계가 명확했고 언제나 본질이 재현에 앞서는 것이기 때문에 둘은 쉽게 구분되며 동시에 원본은 숭배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기술의 발전으로 이미지(기호)는 모방과 재현으로부터 해방된다. 디지털 시대에는 누구나 쉽게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난립한 원본 없는 이미지들. 이 이미지들은 가짜(가상), 열등한 것, 모방에 불과한 것이라는 취급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실재로서의 지위를 획득한다. 이렇게 시뮬라크르들은 실재를 대체하기 시작한다. 문제는 이미 우리 주변에 만연한 시뮬라크르들이 실재보다 더 실재 같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우리가 실재(진짜)라고 믿어온 것들, 지금 눈 앞에 보고 있는 것들이 정말 실재인가? 다소 허무주의처럼 보이지만, 보드리야르는 우리가 실재라고 믿고 있는 실재는 사실 가상이라고 말한다. 3. 영화 속에서 영화에서 알레그라와 테드는 꿈같은 가상세계의 모험을 마치고 현실로 돌아온다. 그런데 그들은 게임 속 세계에서와는 반대로 '현실주의자'들이었다. 그들은 현실을 왜곡한 게임 개발자들을 죽이고 중국인에게 총구를 들이민다. 여기까지만 놓고 생각해보면 감독은 '현실주의자'로 보인다. 관객들에게 가상과 현실은 구분되어야 하고(구분 할 수 있고) 인간은 가상에 매몰되어서는 안되며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고 소리치는 것 같다. 많은 상업영화들이 취하는 윤리적인 태도이기도 하다. 그런데 중국인이 묻는다. "이봐들, 내게 진실을 말해줘. 우리 아직도 게임 속에 있는거야?" 그리고 이어지는 침묵과 암전. 관객은 살인이 펼쳐지고 있는 이 공간이 현실인지 가상인지 구분할 수 없다. 이것은 '현실주의자'들에 대한 조롱처럼 보인다. 보드리야르가 지적했듯 현대인들은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허상(하이퍼-리얼)들에 매달려 있다. 실재가 이미지와 기호의 안개 속으로 사라진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근거로 "이 악마에게 죽음을!"이라 외칠 수 있는가. 4. 그 외 단상들. -가상세계는 낙원이 아니라 결국에는 빠져나와야 할 역겨운 질감의 공간으로 그려지고 있다. -기계와 몸의 결합이라는 테마. -게임기와 인간을 마치 엄마와 아이의 관계로 그리고 있다. -오프닝에서 '엑시스텐즈'를 게임이 아닌 하나의 '시스템'이라 소개하고 있다. 시스템은 우리에게 안락함을 주지만 동시에 우리는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충동을 보인다. 이러한 정신분열적 모습은 중세의 종교, 근대 이후로의 자본주의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이 시스템의 자리를 미래에는 가상현실이 차지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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