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르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평균 2.8
2023. 05. 06. 스물 여섯 번째 영화 :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바쁘다, 아프다, 피곤하다, 힘들다는 핑계로 전국제 영화를 왕창 예매해놓고는 결국 이거 하나 봤다. 근데 예매했던 영화들이 다 수상을 해서 왜인지 모를 뿌듯함을 느낌과 동시에 못 봐서 아쉬웠다는 후회도 함께 들었다. 보기만 하면 재밌는데, 보는 데까지의 어려움을 넘기가 어렵다. 이거 완전 헬스 아니냐. 폐막작인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딱히 할 말이 없다. 광주와 바르샤바가 갖는 공간적 동일성, 공간이 갖는 메타포어로서의 성격, 영화의 주제와 들어맞는 공간 이런 거 다 알겠는데 내러티브도 메타포를 드러내는 방식도 대사도 연출도 조금 아쉽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려웠다. 인물이 사건을 마주했을 때의 여러 선택지들 중 너무 클리셰만을 고르고 골라서 영화가 전개된다. ‘나라도 저런 말을, 행동을 했을 것 같다.’는 건 대중에 안도감과 친숙감을 주지만 조금만 달리 보면 전혀 극적이지 않다는 것. 너무 고민이 없던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대사가 너무 무대극 같다고 느껴져 영화의 몰입을 떨어뜨리는 것도 한 몫을 했다. 나는 분명 영상물을 보는데 시나리오가 읽히는 기분. 박하선 배우님의 연기도 과장되어 있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는데, 이는 순전히 켜켜히 쌓여가는 내적 감정을 관객과 함께 공유하지 않은 연출적 미스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인물의 다양하고 많은 모습들 중 보여져야 하는 부분들을 택하여 영화화 하는 일은 모두 감독의 것이니. 그래서 이들은 어디로들 가고 싶으시냐, 상실에 좌절않는 내일로 가고 싶으신 것 같다. 근데 또 이 방식이.. 뭐랄까 한국 영화들 중에서도 너무 상위호환 가능한 씬들이 많아서.. 가령 박희권 감독님의 ‘축복의 집’ 마지막 쇼트라던가, 한국 영화는 아니지만 소노 시온 감독의 ‘두더지’ 마지막 쇼트라던가 하는.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보며 상념에 젖은 채 내일을 꿈꾸는 쇼트는 위에 밝혔 듯 고민이 덜해 보인다. 전반적으로 나에겐 조금 아쉬움이 많았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