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lawliet

lawliet

5 years ago

4.0


content

경계 기관

책 ・ 2017

평균 3.3

“우리는 우연이 지배하는 세계에 살고 있단다.” 컨트롤의 아버지는 언젠가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형편없는 예술가들은 어디서든 인과 관계를 찾고 싶어 하지.” - 57 남들에게 뭔가를 보여 주려는 사람들은 때로 그저 지식을 공유하고 싶어 할 뿐 아니라, 약간의 가학적인 관음증을 충족하려 들기도 했다. 상대방이 불편함을 느낄 때 보이는 표정이나 반응을 즐기는 것이다. - 95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는 바는 그 정도였다. 가까이 가면서도 정말로 그 안에 속하지 않을 정도. 두렵고 알 수 없는 ‘원시 상태의 황야’ 따위는 아무도 원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영혼 없는 인공적인 삶도 원하지 않았다. - 113 114 다시 언덕을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그는 지금이야말로 탈출 전략을 실행에 옮겨야 할 때가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차에 짐을 싣고 떠나 버리면 부국장이든 뭐든 다시는 마주하지 않아도 될 테니까. 언제나 시작은 괜찮았다. 끝은 그리 좋지 않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아침이 오면 자신이 컨트롤로서 일어나 서던 리치로 돌아가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 114 “만약 상대방이 지난번과 달라 보인다면, 너 자신이 변한 건 아닌지 의심해 보거라.” - 123 진공 상태, 그러니까 어떤 개인이 다른 사람들과 상호 작용을 하지 않고 익명의 유령처럼 알려지지 않은 상태로 머물 때 비정상적인 사고가 탄생할 수 있다는 개념이었다. - 211 “공감 같은 건 다 헛소리야.” 살면서 마주친 인종차별에 지친 아버지는 종종 그렇게 말하곤 했다.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 일부러 뭔가를 생각해야 한다면, 이미 틀린 일이었다. - 215 컨트롤의 어머니는 똑같은 의식을 반복하다 보면 그때까지 거의 보이지 않던 대상이 더 극적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고 언제나 말하곤 했다. - 260 어머니가 전화를 끊고 나서 다시 카페에 돌아와 앉은 컨트롤은 그때 분노한 어머니의 모습도 어쩌면 할아버지와 함께 연출한 장면, 일종의 테루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나이의 컨트롤이 진로를 선택하는 데 어떻게든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즉, 가업을 이어받게 만들기 위한 세뇌의 시작이었다. 남들이 그더러 찾아내도록 유도한 것과 그 스스로 찾아낸 것의 차이를 점점 더 알기 어려웠다. - 326